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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넘버 ‘10’ 월드컵에 출전하는 각국 선수들의 등번호를 눈여겨보라. 10번은 각 팀 에이스들의 등번호다. 한국과 같은 조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 나이지리아는 미켈, 그리스는 카라구니스가 10번을 달고 있다. 박주영은 2006독일월드컵에 이어 두 대회 연속 한국대표팀 10번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동아 DB
한국 ‘원샷원킬’ 박주영·아르헨은 메시
팀 전체 영향력 있는 에이스 10번 배정
루니·카카 등 세계적 킬러들도 10번 찜
축구에서 유니폼에 등번호가 도입된 것은 1933년 에버턴과 맨체스터 시티의 잉글랜드 FA컵 결승전이 처음이었다. 경기 도중 선수구별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번호를 달게 했다. 국가 대항전에서는 1937년 처음 도입됐다.
지금도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대개 1번은 골키퍼, 2∼5번 수비수, 6∼8번 미드필더, 9∼11번 공격수, 백업은 나머지를 달았다.
물론 대다수가 미드필더와 공격수에 편중돼 있고, 월드컵에서는 최종 엔트리를 기준으로 23번 이내에서 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지만 말이다.
○한국의 NO 10. 박주영, 월드컵 두 번째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이상의 성적을 노리는 허정무호의 등번호 10은 박주영(AS모나코)이다. 최종 엔트리를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출할 때 비로소 확인이 가능하지만 박주영이 대표팀에 승선할 경우 10번의 주인공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
타고난 한국 최고의 킬러. 천부적인 골 결정력을 지니고 있는 박주영은 슛 능력뿐만 아니라 공간 침투, 볼 키핑, 2선에서의 과감한 돌파 등 다양한 재능을 갖췄다. “후∼하고 입으로 불면 날아갈 것 같다”던 요하네스 조 본프레레 전 대표팀 감독은 완전히 헛다리를 짚은 셈.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선 성낙운이 달았고, 86멕시코월드컵 때는 한국 월드컵 역사의 첫 골을 쏜 박창선이 10번의 주인공이었다. 90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이상윤, 94미국월드컵에선 고정운이 달았다. 98프랑스월드컵과 2002한일월드컵에서는 각각 최용수와 이영표가 에이스의 상징이었다.
○B조 판세는?
남아공 무대에서 한국과 격돌할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10번이다. 공격진 좌우 측면과 허리진 중앙까지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메시는 세계 최고의 패스 마스터로 꼽힌다. 월드컵 예선에서 4골을 넣은 메시는 169cm 작은 신장이지만 빠른 스피드로 드리블을 하면서도 방향과 템포를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어디서든 시도할 수 있는 킬링 패스에 발군의 왼발 킥까지 갖췄다. 오죽했으면 아르헨티나가 배출한 최고 스타 ‘마라도나의 재림’이란 표현까지 나왔을까.
나이지리아는 전천후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첼시)이다.
허정무호가 꼭 잡아야 할 상대 그리스는 센추리클럽 가입이 임박한 게오리오스 카라구니스(파나시나이코스). 33세의 베테랑으로 어느 각도에서도 시도할 수 있는 오른발 중거리 슛과 드리블 침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킬러 vs 중원의 지휘자
잉글랜드는 웨인 루니(맨유)가 맡았고, 독일의 뢰브 감독은 루카스 포돌스키(FC쾰른)에게 에이스의 상징을 부여했다. 포돌스키는 4년 전 모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최우수 신인선수상을 수상했으니 이젠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노릴 차례다.
하지만 모두가 공격수에게 10번을 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드필더쪽에 힘이 실린 듯한 인상이다. 전통적으로 10번을 달면 ‘판타지 스타’라고 부르는 이탈리아는 안드레아 피를로(브레시아)가 영예의 주인공이다.
수비형과 공격형을 두루 오가는 피를로의 패스 정확도는 유럽 내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네덜란드도 박지성처럼 전후좌우를 오갈 수 있는 미드필더 요원 웨슬리 슈나이더(인테르 밀란)에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스페인은 역시 전천후 미드필더 세스트 파브레가스(아스널)에 중책을 맡겼다. 포르투갈에선 가장 창조적인 미드필더로 꼽히는 데쿠(첼시)가 10번을 달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일부 변수가 있지만 아르헨티나 메시에 버금가는 실력과 수려한 외모의 카카(레알 마드리드)가 유력하다. 북한은 당대 최고 공격수로 꼽히는 홍영조(로스토프)에게, 일본은 나카무라 괴스케(요코하마)에게 맡겨 눈길을 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