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US오픈선 20홀 혈전캐리 웹 3번이나 울려
12년이 지났지만 박세리의 ‘맨발 투혼 샷’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명장면이다. 1998년 7월 열린 LPGA투어 US여자오픈 연장전에서 박세리는 양말을 벗고 두 발을 연못에 담근 채 트러블샷을 하는 우여곡절 끝에 우승컵을 안았다. 18홀 연장전을 치른 뒤에도 승부가 나지 않아 2개 홀을 더 돌았으니 연장으로만 20개 홀을 치렀던 대혈전이었다.
이런 극적인 승부 끝에 메이저 우승컵을 거머쥐었기 때문일까. 박세리는 이후 연장 승부에서 진 적이 없다. 6전 6승이다. 그는 연장전에만 돌입하면 오히려 강심장이 됐다.
박세리는 이듬해에도 두 번이나 연장전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999년 제이미파크로거클래식에서는 박세리를 포함해 6명이 연장전에 돌입했는데 최후의 생존자는 역시 박세리였다. 페이지넷챔피언십에서는 연장 첫 홀에 버디를 낚아 캐리 웹(호주)과 로라 데이비스(영국)를 따돌렸다.
박세리는 17일 끝난 벨마이크로클래식에서도 장타자인 브리타니 린시컴(미국),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함께 연장전에 돌입해 3번째 홀 만에 우승했다. 박세리는 “언젠가 깨질지 모르겠지만 가능한 한 오랫동안 연장 불패 기록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