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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미국까지 찾아온 김대현-배상문 3일간 4시간씩 지옥훈련 시켰죠”

입력 | 2010-05-18 03:00:00

나상욱 “8세때 아버지가 공 300개 벙커 뿌려 60도웨지 3개월이면 그루브 다 닳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경주(40)와 나상욱(27·타이틀리스트).

20일 인천 스카이72GC 오션코스에서 개막하는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하는 이들은 벙커샷의 달인으로도 유명하다.

굳이 전남 완도의 백사장에서 맹훈련했다는 전설적인 얘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최경주의 벙커샷 실력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 뛰어난 쇼트 게임 능력을 지닌 나상욱은 지난해 PGA투어 샌드 세이브율 부문에서 62.64%로 2위에 올랐다.

절친한 선후배인 이들은 17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벙커샷을 화제로 얘기꽃을 펼쳤다.

최경주는 국내 남자 골프 유망주 김대현, 배상문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2년 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HSBC대회에서 이들을 만난 최경주는 한 수 배우고 싶다는 후배들의 요청에 “언제 시간 나면 미국으로 오라”는 말을 건넸다. 김대현과 배상문은 지난해 12월 최경주의 미국 댈러스 집을 방문해 벙커샷을 전수받았다. 최경주는 하루 4시간씩 사흘 동안 벙커샷만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4시간 동안 벙커에서 아예 못 나오도록 했어요. 쉬는 것도 모래 위에서 하도록 했죠. 한 2시간 지나 힘들다고 하기에 내 나이 절반밖에 안 되는데 엄살 피우지 말라고 했죠.”

배상문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레슨이었다. 최 프로님이 벙커샷만 되면 나머지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특별 훈련의 효과는 만점이었다. 김대현은 지난주 매경오픈 4라운드 10번홀(파4)에서 티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지만 거침없이 그린을 공략한 뒤 버디를 낚아 3타 차 선두로 달아난 끝에 우승했다. 최경주는 “벙커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모래는 퍼 올리는 게 아니라 때리는 것”이라며 요령을 설명했다.

나상욱도 어릴 적 일화를 소개했다. 8, 9세 때 아버지가 벙커에 공 300개를 뿌려놓으면 이를 모두 빼내느라 진땀을 흘렸다. 60도 웨지가 3개월이면 그루브가 다 닳아 바꿔야 할 정도였다. “모래 속에서 공을 이리저리 놓거나 파묻기도 하면서 놀았던 기억이 나중에 도움이 됐어요.”

이들의 조언을 보면 벙커샷에도 역시 노력 말고는 왕도가 없는 듯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