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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영정 속 선배들의 정신 잊지않겠다”

입력 | 2010-05-19 03:00:00

광주지역 고교 학생회장 묵념
제주 4·3사건 유가족도 찾아
시립교향악단 공연 비로 취소




5·18민주화운동 30주년… 민주묘지-망월동 옛 묘역 빗속 참배 행렬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5·18민주화운동의 기념식이 굵은 빗줄기가 내린 가운데 열렸다. 기념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이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박영철 기자


5·18민주화운동 30주년인 18일 광주는 온통 비에 젖었다. 5월 희생자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5·18민주묘지에도, 항쟁의 거점이던 금남로에도 그날의 참상을 슬퍼하듯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기념식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추모곡에서 뺀 데 반발한 5월 단체들이 정부 주관 기념식에 불참하면서 기념식이 따로따로 열렸다. 이날 오후 치러질 예정이던 일부 행사도 비 때문에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6개국 민주화운동 희생자 및 실종자 유가족과 인권변호사 등 16명은 5·18민주화운동 제30주년 기념식이 열린 5·18민주묘지를 찾아 민주·인권·평화의 5·18정신을 배웠다. 태국에서 온 인권변호사 소우 포클라 씨(41·여)는 “현재 태국의 유혈충돌은 5·18민주화운동과 다르다”며 “5·18은 부당한 국가권력이나 독재에 맞서 싸운 민주화운동이고 태국의 현재 상황은 정치적 갈등 때문에 일어난 충돌”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5·18민주묘지와 망월동 옛 묘역에는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5월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추모객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경기 고양시 초등과정 대안학교인 자유학교 학생 25명과 교사 3명은 이날 옛 묘역을 찾아 직접 접은 종이학을 묘에 놓고 고개를 숙였다. 이현지 양(12)은 “학교에서 5·18에 대해 배워 잘 알고 있지만 막상 묘지에 와서 당시 모습을 떠올려보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고교 학생회장단 30여 명은 기념식이 열리기 전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이들은 추념탑 앞에서 헌화, 분향한 뒤 30년 전 학교 선배의 묘지를 찾아 하얀 국화 송이를 놓고 묵념을 올렸다. 박세린 양(19·송원여상 3년)은 “영정 속에 있는 선배의 얼굴을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며 “먼저 가신 선배들의 정신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제주 4·3사건 희생자 유족들은 이날 5·18 30주년 기념식장을 찾아 5·18희생자 유족과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눴다. 유족들로 구성된 오월어머니집(회장 안성례) 초청으로 기념식에 참석한 제주 4·3어머니회 고희순 회장(56)과 강문실 회원(45)은 신군부의 탄압에 맞서 민주화를 외치다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기렸다. 이들은 가족을 잃고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던 지난 삶을 이야기하며 아직도 미완인 과거사 규명에도 공감을 표시했다.

○…5·18기념재단은 이날 오후 4시 광주 서구 치평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네팔 인권 운동가 수실 퍄쿠렐 씨(59)에게 ‘광주인권상’을 수여했다. 퍄쿠렐 씨는 상금 5000만 원과 금장 메달, 상장 등을 받았다. 그는 네팔 절대왕정의 비민주적 폭압 통치에 맞서 싸우면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5·18기념재단은 2000년 광주인권상을 제정하고 5·18민주화운동이 추구하는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위해 공헌한 국내외 개인 및 단체에 수여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아 옛 전남도청 앞 특설무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광주시립교향악단의 야외공연이 비로 취소돼 시민들이 많이 아쉬워했다. 광주시향과 시민합창단 518명은 이날 오후 8시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2번 ‘부활’을 시민합창단과 함께 공연할 예정이었다. 회사원 정은희 씨(32·여)는 “시향의 금남로 연주회가 처음인 데다 30주년 기념 공연이어서 기대가 컸는데 무척 아쉽다”며 “5월이 가기 전에 공연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