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축구보기 싫어”
월드컵 패키지 판매 제로
우리 여행 업계에 남아공 월드컵의 ’특수’는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제로(zero)’에 가깝다.
하나투어 김태욱 과장은 “예약이 전무하다. 문의는 가끔 있었지만 실제로 판매까지 이어진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모두투어 박유남 대리도 “문의만 간간이 있을 뿐이다. 판매가 안돼 여행사 홈페이지에서도 상품이 메인 화면에서는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국내 여행사가 아니라 남아공 현지 랜드사에 직접 연락해 가는 사람은 없을까. 하지만 이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현지 랜드사인 ‘클럽 아프리카’의 김정규 사장은 “여행 견적은 많이 받았지만 실제 오는 사람은 없다. 다른 랜드사도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만 해도 월드컵은 여행 업계에 하나의 호재로 작용해 왔다. 또 월드컵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국내 1,2위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를 통해 매년 남아공에 가는 여행객의 숫자는 100명 미만이긴 해도 꾸준히 있었다. 그런데 이번 남아공월드컵 기간 이처럼 찬바람이 부는 이유는 뭘까.
우선 치안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언론을 통해 현지 치안이 좋지 않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면서 불안감을 조성한 것.
비싼 가격도 한 몫 했다. 상품 가격이 720만원부터 많게는 1000만원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예약 후 3일 이내 완납해야 하고, 취소 시 환불 규정도 까다로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게 여행업계의 설명이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