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가 준 ‘손기정 나무’도 무럭무럭서울 도심 ‘전설의 나무’들
1000년 전 고려시대 강감찬 장군은 지니고 다니던 지팡이를 지금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근 땅에 꽂았다. 지금 그 지팡이는 커다란 그늘을 자랑하는 높이 17m, 둘레 2.5m의 나무로 자랐다. 서울 시내 최고령 나무로 알려진 ‘신림동 굴참나무’(천연기념물 271호)다. 굴참나무는 1000년간 이어져 온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요즘도 가을이면 굵은 도토리를 맺는다.
서울시는 역사적으로 보존해야 할 도심 속 고목들을 관리해 오고 있다. 천연기념물 11그루에 서울시 보호수 214그루다. 종류별로는 느티나무(106그루)가 가장 많고 은행나무(48그루), 회화나무(18그루), 향나무(14그루) 등이 있다.
중구 만리동2가에 있는 참나무(서울시기념물 5호)는 ‘손기정 월계관기념수’로 불린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을 거머쥔 손기정 선수가 히틀러에게서 기념으로 받아와 심었다. 서울시 보호수 가운데 도봉구 방학동의 은행나무는 1968년 측정 당시 수령이 830년이었으니 올해로 872세다. 이 나무는 자기 스스로 가지를 불태워 미리 나라의 위기를 알린다 해 ‘애국나무’로도 불린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 1년 전인 1978년에도 불이 났다.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터에는 480년 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조선 중종 때 영의정을 지낸 정광필의 집에 있던 나무로 정승 허리띠 12개를 이 나무에 건 뒤 이 집에서만 400년간 정승 12명이 나왔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나무를 베려는 왜군에게 동네 노파가 생선 1마리를 주고 살린 것으로 알려진다. 이 밖에 창경궁 내 700년 된 향나무(천연기념물 194호)와 600년생 다래나무(251호), 창덕궁 내 뽕나무(471호), 회화나무(472호)는 조선 왕가의 흥망을 지켜본 산증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