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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후보가 뒤진 여론조사는 왜곡-요술?

입력 | 2010-05-19 03:00:00

민주 “바닥민심 좋은데 왜…” 연일 조사 신뢰도 시비
답변 유보층 많다면서 선전한 지역은 문제 안삼아




최근 주요 언론사들의 지방선거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후보들이 수도권에서 야권 후보들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민주당이 연일 “왜곡된 여론조사”라며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폄훼하는 공세를 펴고 있다.

○ 결과가 불리하면 왜곡된 여론조사?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17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특정 언론의 여론조사만 보면 다른 세상이 나와 도대체 그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과학인가, 요술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18일 브리핑에서 “언론이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이 내용을 한나라당 후보와 조직원들이 대대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선거 표심에 영향을 미치면 이것이 과연 공정한 보도이고 정당한 여론조사라고 할 수 있나”라며 “우리는 이 문제를 정식으로 문제 제기한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이렇게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불량제품을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것과 같은 나쁜 일이다. 선거에 왜곡을 가져오는 민주주의의 왜곡 사례일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언론사들의 여론조사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은 17일부터다. 17, 18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언론 매체는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와 공동), 조선일보(한국갤럽과 공동), 중앙일보(자체 조사), 한겨레신문(‘더 피플’과 공동), 방송3사 공동(미디어리서치 등 3개 기관) 등 5개다.

5개 매체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후보들이 서울(11.9∼22.8%포인트), 경기(4.3∼15.6%포인트), 인천(5.7∼10.3%포인트)에서 모두 야권 후보들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다녀 보면 바닥 민심은 대단히 좋다”며 “이런 보수 신문의 여론조사 보도를 한나라당이 악용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우 대변인도 “수도권 후보 단일화 이후 체감한 현장 분위기와는 너무 다른 결과여서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충남과 경남 등의 여론조사 결과는 문제가 있다고 거론하지 않았다. 동아일보와 방송3사 여론조사에서 충남과 경남은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가 각각 선진당과 한나라당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 방법론 시비


이번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서 한겨레신문만이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를 했으며 다른 언론사들은 조사원이 직접 묻는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했다. 기계로 이뤄지는 ARS 조사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응답률이 높아 응답에 응할 경우엔 무응답층(답변 유보층)이 상대적으로 적고, 조사원을 통한 전화면접조사는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무응답층이 많다는 게 특징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병헌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위원장은 “전화면접조사를 통한 여론조사는 답변 유보층이 많아 우리 자체의 여론조사 결과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소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ARS를 활용한다.

하지만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이철희 부소장은 “밑바닥 실제 표심을 읽어내는 데는 전화면접조사가 더 도움이 된다”며 “비용도 전화면접조사가 ARS조사보다 4∼5배 더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지난 주말 ARS가 아닌 전화면접조사로 서울지역 여론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대변인은 “이번 언론매체 여론조사는 무응답층이 너무 많다”며 “당 회의에서 선진국에서는 무응답층이 일정 비율을 넘으면 그 결과를 무효로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갤럽 배남영 조사부장은 “역대 선거의 여론조사 결과를 되돌아봐도 응답률이 변수가 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