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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돌리고, 빠뜨리고, 현금받고

입력 | 2010-05-19 03:00:00

변하지 않는 고소득 전문직 탈세 수법… 116명에 323억 추징

성공보수금, 직원 계좌로 관리
아파트 등기수수료 통째 누락
현금결제땐 의료비 10% 할인




경기 지역에서 로펌을 운영하는 변호사 김모 씨(54)는 최근 국세청의 자영업자 탈루소득 분석전담팀에 탈루 혐의가 포착됐다. 몇 주에 걸쳐 강도 높게 진행된 세무조사 결과 김 씨는 사건 의뢰인으로부터 받은 착수금과 성공 보수금을 법인계좌로 관리하지 않고 로펌 소속 다른 변호사의 개인계좌로 관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수법으로 탈루한 소득은 모두 12억 원. 국세청은 김 씨에게 법인세 11억 원을 추징한다고 통보했다.

5명의 법무사로 구성된 인천의 법무사합동법인 대표 박모 씨(55)도 국세청 전담팀의 감시망에 걸렸다.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아파트 단지의 집단 등기 업무를 주로 하면서 1, 2개 동의 수수료 수입을 통째로 누락시킨 혐의가 드러난 것. 세무조사 결과 이런 방식으로 수임수수료 7억 원을 숨긴 것으로 드러나 법인세 5억 원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이처럼 세금을 적게 낼 목적으로 소득을 축소 신고한 116명의 고소득 전문직 및 자영업자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여 모두 323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18일 밝혔다. 조사대상은 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회계사 변리사 관세사 등 전문직, 치과 성형외과 등 개업의, 음식점 유흥업소 등 현금을 주로 취급하는 자영업자다. 이들은 실제소득이 2232억 원인데도 1546억 원만 벌어들인 것처럼 신고해 686억 원의 소득을 탈루했다.

변호사의 경우 사건 수임료를 법인계좌가 아닌 소속 변호사의 개인계좌로 관리하거나 착수금과 성공 보수금을 사무장을 비롯한 직원 명의 계좌로 입금토록 하는 수법을 주로 사용했다. 단독판사 출신으로 최근 개업한 변호사 이모 씨(50)는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행을 믿고 찾아온 고객으로부터 고액 사건을 수임하면서 직원 명의 계좌를 통해 10억 원의 소득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5억 원의 소득세를 추징당했다.

의료계에서는 현금 결제를 유도한 뒤 의료비를 별도 계좌로 관리하는 ‘고전적 탈세 수법’이 다수 포착됐다. 가슴 성형수술 전문의인 이모 씨(45)는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10% 할인 혜택을 제공했으며 신용카드로 결제한 예약금만 세무서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10억 원의 현금 수입을 누락했다.

국세청은 이번에 적발한 116명 외에도 탈루 혐의가 큰 사업자 149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