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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든 청춘은 찬란한 열병

입력 | 2010-05-19 03:00:00

■ 신작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펴낸 신경숙 씨




일본소설 주로 읽으며 자란
현재의 젊은 층 보며 아쉬움
한국적 감수성 표현하려 노력

밀리언셀러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 신경숙 씨가 1년 반 만에 신작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문학동네)를 냈다. 추리기법을 도입해 엄마를 중심으로 한 가족사를 풀어냈던 ‘엄마를 부탁해’와 달리 이번 신작은 찬란하고 아름다운 만큼 상실과 비탄의 그늘에 젖은 청춘의 여진이 고스란히 담긴 청춘물이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청춘은 찬란한 열병이며 그 시간이 혼돈과 방황, 모색과 좌절로 점철돼 있는 것은 시대가 변해도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라면 어느 시대에나 상관없이 읽으며 치유하고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썼습니다.”

소설에는 청춘의 정점에 선 네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 정윤과 대학 친구인 명서, 명서의 어린 시절 친구 미루, 정윤의 고향 친구 단이다. 이들은 애틋함, 연대와 유대감, 그리움과 불안 등 여러 감수성의 끈으로 단단히 엮여 있다. 작품의 주된 배경은 낭만이 가득한 대학 캠퍼스. 하지만 이들 중 몇몇은 불의의 사고로, 짊어지기 힘든 고통 때문에 스러지면서 남은 이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대학생들의 가두시위, 사회현실과 수업 현장의 괴리감 등은 시대적 배경이 1980년대 언저리라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시대상에 관한 구체적 정황이나 사건은 등장하지 않는다. 작가는 “이 소설은 1980년대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20대였을 때는 정치적으로 민주화가 이뤄지고 군사독재가 해결되면 세상만사가 다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흐른 뒤에도 젊은 친구들은 우리와 별로 다를 것 없는 갈등 속에서 청춘을 보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여기 등장하는 것들은 모두 현재 진행형이에요. 현재 청춘을 보내고 있는 젊은층들의 시간을 제 기억과 겹쳐보려고 노력했어요.”

신 씨는 고뇌하는 청춘들을 위해 이 소설을 썼다.

그는 “1990년대 이후부터 젊은 독자들이 주로 일본 소설을 읽으면서 성장통을 겪어 내거나 의지하는 것을 보면서 작가로서 많이 아쉬웠다”며 “청춘의 감수성을 대변할 품격 있는 한국 소설로 만들기 위해 문장도 가능한 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려 정확히 쓰려고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소설 제목은 최승자 시인의 시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서 따왔다. ‘끊임없이’를 ‘어디선가’로 변형해 고독, 외로움이란 정서를 부각했다. 제목도 그렇지만 소설은 상처와 상실, 회복의 서사를 한 땀 한 땀 곡진하게 풀어냈던 초기작의 느낌과 흡사하다. 그는 금세 휘발돼 버리고 마는 청춘의 복잡미묘한 감정의 결을 신경숙 특유의 문체로 정확히 붙들어 놓는다. 신 씨는 “쓰면서 정말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며 “‘엄마를 부탁해’가 뜻밖의 관심을 받으면서 휘둘릴 수도 있었는데 작가로서의 균형을 잡을 수 있게 해줘 더 고마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