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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곤충표본 100만건 유출 추정”

입력 | 2010-05-19 03:00:00

■ 한국 생물자원 표본 실태




해외 반출 한국 생물자원을 찾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국립생물자원관의 임채은 김진한 연구관과 이진성 연구사(오른쪽부터)가 식물표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인천=변영욱 기자

《강심제, 진통제 등의 약재로 쓰이는 세뿔투구꽃은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다. 하지만 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일본 교토대 종합박물관을 찾아가야 한다. 세뿔투구꽃의 형태를 정의하는 데 기준이 되는 ‘기준표본’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 일본 식물학자들은 경남 산청 일대에서 세뿔투구꽃을 처음 발견했다. 이를 채집해 교토대에 가져가 연구한 뒤 학계에 발표했다. 특정 생물종을 처음 발견한 학자가 기준표본의 위치를 정하면 이를 옮기는 일은 거의 없다. 세뿔투구꽃의 ‘학술적인 고향’은 영원히 일본으로 정해진 것이라는 얘기다.》

北, 동유럽 국가와 과학기술협정 맺고 대량 반출
정부, 해외 박물관서 한국생물 1만5000점 찾아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6·25전쟁에 이르기까지 이런 식으로 해외로 반출된 한국의 생물자원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수천 종에 이른다. 동아일보는 22일 유엔이 정한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해외로 반출된 한국 생물자원 표본의 실태를 점검했다.

○ 해외반출 생물표본 1만5000여 점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일본 미국 헝가리 등 해외 박물관에 반출된 한국 생물자원 표본을 찾는 사업을 2008년부터 2년 동안 진행해 2008년 2400여 종(7600여 점), 지난해 1600여 종(7400여 점)을 찾아냈다고 18일 밝혔다.

반출된 생물표본 가운데 한국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종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희귀종이 적지 않다. 1917년 한국에서 채집돼 일본 지바 현의 야마시나 조류연구소로 건너간 2점의 원앙사촌 표본은 전 세계에 3점밖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 표본. 이 새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관찰되거나 채집된 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일본 연구소의 기록으로만 한반도에 살았음이 확인되고 있다. 따오기 크낙새 등 국내 절종된 조류들도 마찬가지 경우다.

이렇게 해외로 반출된 생물자원은 상품화돼 팔리기도 한다. 1918년 미국 하버드대 부설 아널드 수목원이 금강산에서 가져간 만리화는 교배를 해 개량한 뒤 관상용으로 팔리고 있다. 이렇게 상품화된 생물자원은 구상나무, 미스킴라일락 등 280여 종에 달한다.

○ 미생물 분야에선 앞서야

생물자원을 활용한 산업이 발전하면서 각국은 자국이 보유한 생물자원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도 2007년 인천 서구 경서동에 국립생물자원관을 짓고 175만 점의 생물자원 표본을 확보해 수장고를 채워 가고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해도 국내에 이렇다 할 시설이 없어 학자들이 채집한 기준표본을 해외 자원관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북한의 생물자원이 헝가리나 체코 등으로 대량 반출되는 것도 문제다. 생물자원관은 “북한이 동유럽권 국가와 맺은 과학기술협정을 통해 북한산 곤충표본이 광범위하게 해외로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며 “약 100만 건의 북한산 곤충표본이 동유럽권 국가에 소장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진성 생물자원관 연구사는 “지금까지는 생물자원을 지키는 데 부족함이 많았지만 새로운 종의 발견이 이어지고 있는 미생물 분야에서는 한국이 선진국이 될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 동아일보 김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