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들 “6월엔 물위의 붉은악마”
국가대표 출신으로 구성된 국내 최초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공연팀 ‘크리티에’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응원에 가세했다. ‘크리티에’가 경기 포천시의 한 수중 스튜디오에서 응원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크리티에
《짙은 화장을 한 선수들이 화려한 연기를 펼친다. 백조의 날갯짓 같은 우아한 몸동작에 지켜보는 관중은 숨을 죽인다. 반주에 맞춰 리듬감 있게 한 몸처럼 물살을 가르는 이들을 두고 사람들은 말한다. “인어공주가 따로 없네.”》
“신나는 월드컵음악에 맞춰
멋진 응원공연 기대하세요”
인어공주들이 축구 응원에 나섰다. 올해 초까지 국가대표로 활동한 ‘정상급’ 인어들이다. 거친 몸싸움이 트레이드마크인 축구와 인어공주. 왠지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정색을 하며 “공통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전직 대표 선수 출신들로 구성된 8인조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공연팀 ‘크리티에’ 얘기다.
팀을 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이들은 최근 모든 활동을 잠시 접고 야심 차게 새로운 공연을 시작했다. 바로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출전하는 태극전사들을 향한 뜨거운 응원이다. 공연팀 조명경 씨(26)는 “신나는 월드컵 음악에 맞춰 환상적인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공연을 선보이겠다.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갑자기 월드컵 응원에 나선 이유는 뭘까. 열렬한 축구팬이란 게 정답. 조 씨는 “2002년 태릉선수촌에서 월드컵 4강 신화를 보며 힘든 훈련을 이겨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의 작은 정성이 태극전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고된 훈련을 소화했던 이들은 월드컵 무대에 서기까지 태극전사들이 흘린 굵은 땀방울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안다. 이들이 기꺼이 ‘물 위의 붉은 악마’가 되기로 결심한 또 다른 이유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축구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의 공통점이 뭐냐고.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둘 다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 정직한 스포츠예요. 발을 주로 쓰는 스포츠란 점도 비슷하고요.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팀워크가 생명이란 점 아닐까요.”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