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스톤(64·미국), 우디 앨런(75·〃), 기타노 다케시(63·일본), 마이크 리(67·영국), 장뤼크 고다르(80·프랑스). 제63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14∼17일 나흘 동안 집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감독들이다. ‘영화 좀 본다’는 사람에게는 낯설지 않은 이름이기도 하다. 12일 개막해 23일 폐막까지 5분 능선을 넘은 올해 칸 영화제는 이 감독들의 이름처럼 ‘익숙하지만 심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감독 주간의 ‘유로파시네마 레이블’ 부문 심사위원으로 칸을 찾은 이광모 백두대간 대표는 “2000년 이후 꾸준히 21, 22편을 유지하던 공식 경쟁부문 작품이 올해 19편으로 줄어든 것을 보면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겪었을 고충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대 모았던 작품들
“익 숙하고 심심하다” 평가
마이크 리 감독만 호평받아
한국 출품작에 시선 몰려
‘하 녀’ 감독상 등 물망
‘시’ 수출계약 이어져
◇ FESTIVAL DE CANNES 올해 출품작 경향
올해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오른 영화는 18편뿐이었다가 그나마 개막 하루 전 켄 로치 감독(74·영국)의 ‘루트 아이리시’가 갑자기 더해지면서 19편으로 늘었다. 그만큼 올해 칸 영화제에 선뜻 초청할 만한 품격 높은 영화가 많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칸 영화제의 선택이 세계 영화계의 동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완벽한 지표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올해 공식 경쟁부문 작품 수가 줄어들면서 영화제의 전반적 품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구관이 명관?…‘그 밥에 그 나물’
공식 비경쟁부문 초청작인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를 들고 칸에 온 올리버 스톤 감독은 14일 오전(현지 시간) 공식 시사회와 기자간담회를 했다. 할리우드의 톱클래스 감독 중 한 사람인 그는 올해 칸 개막작 ‘로빈후드’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무릎수술 후유증으로 불참한 빈자리를 메워주리라는 기대를 모았다. ‘월 스트리트…’는 스톤 감독이 1987년 연출한 ‘월 스트리트’의 속편이다.
공식 경쟁부문 초청작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아웃레이지’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선정작인 장뤼크 고다르 감독의 ‘필름 소셜리즘’에 대해서도 “무난하지만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새로울 것이 없다”는 평이 대세를 이룬다. 특히 고다르 감독은 17일 시사회 직후 예정돼 있던 기자간담회에 사전 통보 없이 불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신은 키 크고 어두운 이방인을 만날 것이다’로 공식 비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우디 앨런 감독도 마찬가지다. 영국 영화전문지 ‘스크린’은 17일 리뷰에서 “배우들은 냉소적 연출이 벌여놓은 스크린과 객석 간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앨런 감독의 전작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페넬로페 크루스처럼 좋은 연기는 보이지 않는다”고 평했다.
○ 한국 영화에는 호재
영국의 마이크 리 감독은 명성만큼의 기대를 충족시켰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 거의 유일한 베테랑 감독이다. 공식 경쟁부문 초청작인 ‘어너더 이어’가 14일 공개되자 “소박한 품격과 부드러운 유머가 시종 빛나는 이야기. 배우들의 연기는 완벽에 가깝다”(스크린), “캐릭터 사이의 긴장감이 고조되며 드라마틱한 마술로 승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버라이어티) 등 찬사가 쏟아졌다. ‘스크린’이 매일 집계해 공개하는 심사위원 평균 평점은 지금까지 공개된 8편의 공식 경쟁작 가운데 최고인 3.4점(4점 만점)이다.
19일 공식 갈라 시사회를 갖는 ‘시’도 기대를 모은다. 마켓 상영회를 통해 영화를 미리 접한 해외 영화수입사의 러브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시’는 스페인 그리스 등 4개국과 수출계약을 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