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채권 금액 상위 3개 은행인 산업은행 신한은행 농협이 현대와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기로 했습니다. 재무구조 개선 약정은 기업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돼 개선할 필요가 있을 때 하는 것입니다. 현대는 앞으로 계열사나 보유 자산 매각을 통한 군살빼기와 유상증자 등의 자구노력을 해야 합니다.
현대의 재정 상태가 나빠진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그룹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상선의 실적이 악화된 탓이 큽니다. 여기에 북한 관광사업 중단으로 적자에 빠진 현대아산의 상황이 설상가상이 됐습니다. 현대아산은 작년 한 해 동안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 323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고, 지금도 매달 20억 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동결한 현대아산과 협력업체의 금강산 자산도 3000여 억 원이나 됩니다.
돌이켜보면 현대그룹은 정치에 이용된 대북사업의 피해자였습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인 2003년 3월 대북 송금 특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4억 500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중 1억 달러의 대북지원금은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현 민주당 원내대표)이 고 정몽헌 현대아산회장에게 대신 지급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박 전 장관은 징역 3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지만 고 정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자신의 사무실에서 투신자살했습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추진된 남북 정상회담과 대북사업의 비극적 결과는 대북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에게 값진 교훈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요.
동아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