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진다. 子路는 공자를 모시고 여행하다가 우연히 뒤처졌는데 이때 荷O丈人(하조장인)을 만나 선생님을 못 보았느냐고 묻자 하조장인은 ‘사지를 움직이지 않고 오곡도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무어 선생님이라 하느냐’고 말했다. 자로는 그가 隱者임을 알고 두 손을 모아 공경의 예를 표하였다. 그러자 하조장인은 자로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 환대하고 두 아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다음 날 자로는 하조장인을 만나 환대받은 사실을 공자에게 알렸는데 공자는 그가 은자임을 감탄하고 자로로 하여금 다시 가서 君臣(군신)의 의리를 말하고 오라고 시켰다. 하지만 하조장인은 자로가 올 줄 알고서 먼저 집을 떠나 종적을 없앴다.
拱은 두 손을 맞잡아 경의를 표하는 방식이다. 食는 ‘먹이다’는 뜻의 동사, 之는 앞에 나온 자로를 가리킨다. 見은 謁見(알현)하게 한다는 뜻이다. 以告의 以는 목적어가 생략되어 있다. 行矣는 떠나가고 없다는 뜻을 지닌다.
‘닭을 잡고 기장밥을 짓는다’는 뜻의 ‘殺鷄爲黍’는 ‘鷄黍’라고도 하여 남을 극진히 대접한다는 뜻의 성어로 사용한다. 자로가 하조장인을 만난 이야기는 원나라 때 희곡의 소재가 될 정도로 흥미로운 요소를 담고 있다. 하조장인은 현실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공자와 달랐지만 자로를 극진히 대접할 만큼 공자를 흠모했다. 공자도 자로에게 다시 가서 자신의 이념을 말해서 하조장인의 이해를 받고 싶어 했다. 사람은 누구나 나와 다른 존재와의 접속을 꿈꾸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 아니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