岳 치솟은 봉우리들과 숲길 - 樂 계곡의 어울림비로 향로… 1000m넘는 고봉골짜기마다 전설이 담겨사계절 언제든 질리지 않아
강원 원주시 행구동에서 치악산 향로봉으로 오르는 등산로 옆에 보문사가 있다. 이곳에서 향로봉 정상까지는 1.5km 거리다. 이인모 기자
이달 13일 행구동공원지킴터를 들머리로 잡아 향로봉을 찾았다. 거리는 2.8km. 치악산 등산로 가운데 비교적 수월하다고 알려진 코스다. 그러나 역시 ‘악산’답다. 정상까지 잠시의 평지도 허용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힘든 나머지 치악산을 ‘치가 떨리고 악이 받치는 산’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치사하고 악한 산’은 아닌 듯하다. 나무와 꽃으로 빽빽한 숲은 마음에 넉넉함을 주고 시원한 계곡의 물줄기와 바람은 산행의 힘겨움을 잊게 해 준다.
해발 1042.9m 향로봉 정상의 조망은 좋은 편은 아니다. 나무들 사이로 겨우 비로봉이 보인다. 정상 좌우로 산세가 완만하다. 시루를 엎어놓은 모양 때문에 ‘시루봉’으로도 불리는 것이 이해가 된다. 한쪽으로는 원주시 행구동과 태장동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하하는 차령산맥 줄기도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치악산의 명성은 오랜 세월 절과 함께했다. 한때 70여 개의 절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상원사를 비롯해 구룡사, 국형사, 보문사, 입석사, 영원사 등 몇 곳만 남아 있다. 상원사에는 고려 석탑 양식의 쌍탑이 있고, 구룡사에는 보광루와 범종각, 삼성각, 사천왕문 등 다양한 건축물이 있다.
치악산의 자연경관으로는 구룡계곡, 부곡계곡, 금대계곡 등 아름다운 계곡과 구룡소, 세렴폭포의 물줄기가 볼만하다. 또 전쟁 유적지인 영원산성과 천연기념물 93호인 성남리 성황림도 있다.
치악산은 국립공원답게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다. 코스도 다양해 반나절에서 종주 코스까지 능력껏 고를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짧은 코스라도 만만히 봐선 안 된다는 것. 등산로는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 홈페이지(chiak.knps.or.kr/Index.aspx)를 참고하면 된다.
치악산=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