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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땅만 파면 문화재… 울산 개발사업 어쩌나

입력 | 2010-05-20 03:00:00

구석기∼삼국시대 유물 쏟아져
KTX 울산역세권 공사 등 차질




울산 중구 태화루 복원 예정지에서 발굴된 신라시대 기와조각(위)과 북구 강동·산하지구에서 발굴된 삼국시대 유물. 사진 제공 울산시

울산시가 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곳에서 문화재가 잇달아 출토돼 공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신라문화 영향권인 울산도 경북 경주시처럼 ‘매장 문화재’가 많은 편이다.

○ 석기-옹관묘 등 다양하게 출토


울산발전연구원은 울주군 삼남면 경부고속철도(KTX) 울산역세권 개발구역에서 구석기 시대 생활유적을 발견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곳에서는 새부리모양 석기, 외날찍개 등 다양한 구석기 유물 1000여 점이 출토됐다. 송정식 연구원은 “유적 위치나 출토 양상으로 볼 때 석기 제작장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울산역세권 개발사업은 KTX 2단계 개통(올 11월)에 맞춰 울산시가 2013년까지 KTX 울산역 주변 88만6373m²(약 26만8300평)를 ‘자족형 친환경 도심’으로 조성하는 것.

재단법인 울산문화재연구원은 울산 북구 강동·산하 도시개발사업지구 내에서 목곽묘와 석곽묘, 옹관묘 등 신석기∼삼국시대의 다양한 유구(遺構)를 발견했다고 최근 밝혔다. 강동·산하지구를 포함한 이 일대는 울산시가 2016년까지 총 3조 원을 들여 해양복합관광휴양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울산발전연구원은 태화루 복원 용지 일원(1204m²·약 360평)에서 7세기 초반 신라시대 연화문수막새와 통일신라시대 연화보상화문수막새, 고려시대 어골문 평기와 등 기와조각 80여 점을 발굴했다. 신라시대 누각으로 임진왜란 때 소실된 태화루는 울산시가 488억 원을 들여 2011년 12월까지 복원할 예정이다.

○ 사업 차질 우려

KTX 울산역세권 개발구역에서 구석기시대 생활유적이 발굴된 곳은 주차장과 진입로 개설 예정지. 사업을 맡은 울산도시공사는 구석기시대 유적 발굴로 공사가 늦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도시공사는 문화재 지도위원회가 최근 ‘유물 발굴 후 복토를 통한 보존’ 방안을 제시한 것을 근거로 문화재청에 복토를 한 뒤 사업이 재개될 수 있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강동·산하지구와 태화루 복원 예정지 등도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문화재연구원은 “울산 매장 문화재 분포지역은 500∼1000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시는 문화재청에 △현재 3만 m²(약 9080평)인 문화재 지표조사 대상 면적을 100만 m²(약 30만2800평)로 상향 조정 △사업자가 전액 부담하는 문화재 발굴 비용을 국가에서 절반 부담 △문화재 발굴 조사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할 것 등을 건의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