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재정위기 불씨에 북한 전쟁위협 발언 겹쳐전문가들 “北리스크 일시적… 유로화 하락 진정세”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결과 발표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불거지면서 원화가치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고(원-달러 환율 상승) 주가가 급락해 코스피 1,600 선을 가까스로 지켜냈다. 외국인투자가들의 ‘셀 코리아’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문가 대부분은 북한 리스크가 일시적으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들어 투자심리가 안정되면 증시에 다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원(2.49%) 급등한 1194.10원으로 마감해 지난해 10월 29일(1196.00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한때 1,600 선 아래로 떨어졌다가 전날보다 29.90포인트(1.83%) 하락한 1,600.18로 장을 마쳤다. 일본 닛케이종합주가가 1.5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1.23% 빠지는 등 아시아권 주요 증시도 대부분 하락했지만 코스피 하락폭이 더 컸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친 건 남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계속된 데다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이후에 나온 북한의 전쟁위협 발언으로 외국인이 주식과 원화를 앞 다퉈 내다팔았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9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해 이달 들어 총 5조 원 이상을 내다팔았다.
하지만 천안함 이슈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면전이 일어날 개연성이 낮은 데다 서해교전처럼 실제 전투가 벌어졌을 때조차 주가는 짧게 영향을 받다가 반등한 사례가 많았다는 것.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북한의 전쟁발언이 강하게 매수하던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짓눌러 개인들의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주가 하락폭이 커졌다”며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기업들의 이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북한 리스크는 일시적으로 끝나고 외국인이 돌아오면 주식시장의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외국인이 한국 증시로 언제 돌아올 것이냐는 점이다. 현재 외국인 자금 동향의 열쇠를 쥔 것은 달러에 대한 유로화 환율이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유로화가 하락을 멈춰야만 신흥국가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려는 심리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남유럽 재정위기가 더 확대되지 않고 7, 8월쯤 유럽지역의 수출지표가 발표되면 유로화 하락 추세는 멈출 것으로 전망한다. 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를 포함해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 유럽지역 국가는 유로화 약세 덕분에 수출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친 독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공매도 잠정 금지 조치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지 않는 한 작은 악재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과 국내 경기선행지수는 최근 정점을 찍었지만 세계 경기는 바닥을 치고 오르는 추세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유럽 리스크는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달리 문제가 되는 자금의 규모를 예측할 수 있는 제한적인 리스크”라며 “세계 경제가 느리지만 확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경기 주도권을 쥔 중국의 경제성장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투자심리가 안정되면 세계 금융시장은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