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내각 총사퇴해야”박지원 “1번 왜 선명한지 의문”수도권 野 세후보 “MB 사과”정동영은 “軍발표 존중해야”
민주당이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과 군의 책임을 묻는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침몰이라는 결론과 함께 여러 증거를 제시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여전히 북한에 대해선 비판을 삼가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민군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안보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태도는 구시대적 유물”이라며 정부를 비판한 데 이어 21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내각 총사퇴, 군 지휘부의 군사법원 회부를 거듭 촉구했다. 정 대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을 사고 발생 두 달 만에, 지방선거 직전에 한다는 것은 ‘안보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날도 북한에 대한 비판이나 책임론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21일 “왜 하필 (증거물에) ‘1번’이 뚜렷하고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합조단이 제시한 증거의 신뢰도를 문제 삼았다. 합조단이 북한 소행의 결정적 증거로 삼은 어뢰 추진부에 적혀 있는 ‘1번’이라는 한글 표기를 거꾸로 새로운 의혹의 대상으로 제기한 것이다. 또 박 원내대표는 “북한의 소행이라면 북한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지만 아직도 국민은 많은 의문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누구도 북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데 대해 비판적 여론이 일자 가정(假定)을 전제로 ‘북한’과 ‘책임’이란 단어를 살짝 언급한 것이다.
이에 앞서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 등 3명은 합조단 발표 직후인 20일 오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이른바 ‘범야권 단일후보’ 명의의 발표문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추악한 작태를 즉각 중단하고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들이 내놓은 200자 원고지 8장 분량의 발표문 어디에도 북한에 대해 우회적으로나마 유감을 표명하는 표현조차 없었다. 이들은 또 합조단을 겨냥해 “천안함이 침몰한 지 55일이 지나도록 합조단은 아직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피습되었는지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추정과 억측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일부 민주당 인사는 당 지도부가 북한의 책임은 외면한 채 펼치는 대여 공세가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광옥 공동선대위원장은 21일 “불미스러운 일이지만 (정부 발표가) 현실적으로 다가왔다”며 “북한도 남북 긴장관계가 고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군의 발표를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타격을 입을까 봐 초조한 나머지 정부 발표 자체를 부인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부 세력으로부터 군사적 공격을 당한 나라의 정당이 적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오로지 자기 정부를 비판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은 외국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동영상 = 민주당, 천안함 사건 “국가안보, 한반도 평화의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