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밝게 비추는 보배로운 거울 명심보감/이영 글·백명식 그림/168쪽·9500원·처음주니어
계선(繼善)편은 선과 악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날 도둑이 담을 넘어 한 선비 집에 들어갔다. 부엌의 가마솥을 열었더니 그 안이 차디찼다. 며칠 동안 밥을 못한 것 같았다. 도둑은 선비를 불쌍하게 여겨 돈 일곱 냥을 두고 나왔다. 선비는 돈을 쓰려는 아내를 꾸짖고 방을 붙여 돈 주인을 찾게 했다. 도둑이 방을 보고 “하늘이 주신 돈이니 그냥 가지십시오”라고 말하자 선비는 “내 돈이 아닌데 어찌 가지란 말이오”라며 꾸짖었다. 도둑은 이 말에 감동해 선비에게 지난일을 고백하고 도둑질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도둑은 열심히 공부해 장원급제했다.
수를 잘 놓는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항상 “내가 수의 여신보다 더 수를 잘 놓는다”고 말했다. 하늘에서 이 말을 들은 수의 여신이 할머니로 변해 소녀를 만나 수놓기 대결을 펼쳤다. 소녀는 수의 여신이 술에 취해 춤추는 모습을 수놓았다. 이에 화가 난 여신은 소녀를 거미로 만들어버렸다. 그때부터 거미는 어두운 곳이나 나뭇가지에 매달려 수를 놓듯이 그물을 짜며 살게 됐다.
명심보감 중 가장 분량이 많은 성심(省心)편은 마음을 반성하고 살피라고 말한다.
한 임금은 광대를 곁에 두고 농담 듣는 것을 즐겼다. 어느 날 광대는 임금에게 “자네는 호박같이 못생겼군”이라고 말했다. 임금은 마음이 몹시 상해 신하에게 광대를 사형에 처하라고 명했다. 칼을 든 사형집행관이 광대의 눈을 가렸다. 광대는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 임금은 “이놈의 목을 쳐라”라고 말했다. 칼 대신 물 한 방울이 광대의 목에 떨어졌다. 하지만 광대는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물 한 방울에 놀라 기절할 때 심장이 멎어 버린 것이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