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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말하기도 싫다” 6년간 메모로만 지시

입력 | 2010-05-24 03:00:00

80세 봉건적 남편에게 황혼이혼 책임
법원 “아내 비인간적 통제”




경기 안양시에 사는 박모 씨(76·여)는 7년 전인 2003년부터 남편 이모 씨(80)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가부장적인 이 씨는 결혼생활 40년 내내 다정다감하기보다는 항상 봉건적이고 권위적인 방식으로 가정을 이끌며 일방적으로 지시하기 일쑤였다. 참다못한 박 씨가 항의하며 불화를 빚자 이 씨는 “말하기도 싫다”면서 서로 할 말이 있으면 메모지에다 써서 의사소통을 하자며 그대로 실천했다.

결국 이 부부는 2008년 8월 반찬 문제로 다투다 별거에 들어가기 전까지 함께 살면서도 말 한마디 없이 메모지만 주고받았다.

수원지법 가사1부(부장판사 전주혜)는 박 씨가 이 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원고와 40년간 부부로 생활해오며 권위적인 방식으로 가정을 이끌어오다 급기야 2003년부터 이른바 ‘메모지 생활’이라는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원고를 통제하고 간섭하며 폭력까지 휘둘러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시했다. 이 씨는 메모지로 박 씨가 시장에서 살 품목 및 가격을 일일이 지정하고 요리 방법까지 지시하는 등 부인을 통제해 왔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