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영화계 단체들이 24일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현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사무국장은 “이번 사건은 명백한 직권남용이고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며 “조 위원장이 유감을 표명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논란이 된 이번 사건은 조 위원장이 칸 국제영화제 출장 도중 영진위의 2010년 상반기 독립영화 제작 지원 심사를 하는 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작품의 선정을 부탁한 것을 말한다. 12∼18일 예심을 진행한 황규덕 심사위원장 등 5명의 위원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 위원장이 14, 15일 심사위원 9명 중 7명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내부 조율’이라는 말을 하며 특정 다큐멘터리 2편과 장편 1편을 선정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허욱 위원은 “조 위원장이 작품 번호와 제목을 명시해 ‘꼭 통과될 수 있게끔 부탁한다’고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이 부탁한 2편의 다큐멘터리는 ‘꽃 파는 처녀-탈북여성인권다큐’와 ‘신필름! 그 창연한 영욕의 영화제국’이다. ‘꽃 파는 처녀…’는 북한에 전단(삐라)을 뿌리는 반북단체가 제출한 기획안이었고 ‘신필름!…’은 고 신상옥 감독의 작품을 연구해 온 조 위원장을 인터뷰할 기획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번 지원 사업엔 304편이 응모했고 22편이 예심을 통과했다. 조 위원장이 부탁한 세 편은 탈락했다. 6월 2차 심사와 영화진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지원작으로 15편 정도가 선정된다. 이 영화들에 대한 지원액은 모두 3억2000만 원으로 평균 2000만 원 안팎. 영화계에서는 “작품당 지원받는 액수가 그리 많은 것이 아닌데도 위원장이 부탁 전화까지 한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조 위원장은 23일 기자에게 “독립영화는 한쪽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독립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직무 범위 안에서 의견 표명을 한 것”이라며 “심사위원들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내 행동이 심사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거듭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에 응모한 영화인들을 비롯한 영화계가 그렇게 생각할지는 의문이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를 비롯해 한국 영화가 호평 받고 있지만, 그 한 축을 맡은 조 위원장이 자기 자리의 무게를 망각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