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충지대 구도는 20세기적 발상
무력행동을 금지한 정전협정과 유엔헌장을 명백히 위반한 사건이기에 천안함 문제는 판문점군사정전위원회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루는 것이 수순일 것이다. 그러나 군사정전위원회는 북한의 보이콧으로 지난 18년간 열리지 못했다. 더욱이 유엔안보리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5개 상임이사국에 거부권을 주어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안보리에서 의미있는 대북 결의안이 채택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겠지만, 너무 많은 기대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 상임이사국의 과도한 영향력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두 차례의 핵실험에서 천안함 사건에 이르는 과정은 우리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 분단비용이 얼마나 큰지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이 북한을 두둔하는 이면에는 완충국으로서의 지정학적 이익이 크게 작용한다. 그런데 완충국을 두어 세력균형을 꾀한다는 발상이 얼마나 고리타분한 것인지는 이번 사건이 잘 말해준다. 완충국인 북한 자체가 불안하고 지역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상유지와 완충개념의 아이러니가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도 냉전 이후 분단관리에 치중해왔다. 통일논의도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이제 분단관리가 아닌 분단극복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치르고 있는 과도한 분단비용을 말하고 분단극복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통일을 말하고 준비하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의 전략은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의 안전과 번영을 보장하는 ‘새로운 한반도 평화구조’ 창출을 우선 목표로 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지역적 차원의 중층적 접근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더욱 공고히 하고 궁극적으로 통일로 가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동아시아공동체구상에 북한지역을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중국의 동북3성은 한국과 일본이라는 선진 시장경제에 인접하고도 북한의 폐쇄정책 탓에 섬처럼 고립돼 낙후된 지역으로 남아있다. 북한의 변화가 동아시아공동체 성패의 열쇠다.
동아시아공동체의 발전 그려야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지속한다면, 국제사회는 점점 분단극복이 필요하다는 우리 주장에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 선택은 북한 몫이다. 초강대국 소련도 세계사의 흐름을 외면하고 군사노선으로 치닫다가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미사일도, 핵무기도 그리고 백만 대군도 정권을 지켜줄 수 없다. 개혁, 개방의 변화만이 정권을 지킬 수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