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MB “한반도 정세 중대 전환”
대국민담화문에 직접 넣어
‘적당한 타협 더는 없다’ 의지
“적극적 억제원칙으로”
도발 엄두 못내게 전력 증강
軍, NLL 교전수칙 개정 검토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24일 대국민담화는 우리 정부의 안보정책과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패러다임 시프트(Shift·전환)’를 천명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불가피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을 겪으며 정치·군사적 신뢰 없는 경제협력은 의미가 없다는 인식을 확고히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대통령은 단계적 전략적으로 냉정하게 대응하겠다는 태도다.
국제사회와의 공조하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등 대북 제재를 추진한다는 것은 이 대통령이 시종 견지해 온 기본원칙이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북한이 향후 어떤 태도를 보일지, 중국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에 따라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를 단계적 전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소행에 대한 응징으로 마련한 이런 조치들과 더불어 이 대통령이 담화에서 특히 강조하려 한 것은 남북 군사적 대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의 안보개념에 대한 질적 변화다.
이 대통령은 적극적 억제 원칙하에 북한이 향후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무력 침범하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는 경고다. 군 당국은 이와 관련해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교전수칙 개정을 검토 중이다.
9·11테러 이전과 이후 미국의 안보개념이 달라진 것처럼 천안함 사건 이전과 이후의 한반도는 달라졌다. 이 대통령의 5·24 대국민 담화는 대북정책과 안보정책의 획기적 전환이라는 점에서 ‘천안함 독트린(Doctrine)’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천안함 이전(BC·Before Cheonan)’과 ‘천안함 이후(AD·After the Cheonan Doctrine)’로 우리 정부의 안보태세에 질적 변화가 이뤄질 것이란 얘기다.
물론 이 대통령은 강대강 대결정책으로만 남북관계를 끌고 가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관련자 처벌을 북한이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기본 책무라고 했다. 이어 ‘북한 정권’이 이젠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압박 조치와 함께 ‘북한이 가야 할 길’도 제시한 것이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