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현청소재지인 나하 시 인근의 후텐마(普天間) 미군 해병대 항공기지를 예정대로 오키나와 현 안의 나고 시 ‘캠프 슈워브’ 연안부로 옮기기로 22일 합의했다. 지난해 8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민주당이 마련한 공약에는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현 밖으로 옮기는 내용이 없었다. 총선 유세 도중 하토야마 유키오 당시 민주당 대표(현 총리)가 오키나와 밖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기지 현 외 이전이 무산됨에 따라 하토야마 총리는 앞으로 오키나와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됐다.
▷미군 해병대의 항공대는 헬기와 수직이착륙기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해병대 항공기지는 공군기지보다 훨씬 작다. 따라서 주변의 도시 규모가 커지면 기지는 각종 건물로 둘러싸이게 된다. 후텐마 기지가 바로 그런 사례다. 2006년 미국과 일본은 한적한 나고 시 해변의 캠프 슈워브로 기지를 옮기기로 했다. 그러나 일본 중앙에 대한 피해의식이 큰 오키나와 사람들은 “아예 오키나와 밖으로 옮겨라”라고 요구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 비원(悲願)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승리했고 오키나와 선거에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려니 옮길 곳이 없었다. 미국과 관계만 나빠졌다. 일본 언론은 하토야마 정권을 ‘일본판 노무현 정권’으로 보고, 잇달아 노무현 정부 시절의 한미 갈등을 소개하며 미일 갈등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하토야마 총리는 23일 오키나와 지사를 찾아가 “예정대로 캠프 슈워브 연안부로 옮길 수밖에 없게 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신광수는 1980년대 요코다 메구미 등 5명의 일본인을 납치한 북한 공작원이다. 1985년 그는 한국에 들어왔다가 체포됐다. 1989년 일본 사회당의 지바 게이코 의원은 ‘한국 정부는 신광수를 석방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1997년 민주당으로 옮겨가 지난해 하토야마 정권의 법무상이 됐다. 그는 “물정에 어두웠다. 대단히 죄송하다”고 빌었다. 포퓰리스트적 행동을 후회한 것이다. 하토야마 총리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듯하다. 우리의 6·2 지방선거에서도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옥석을 가려야 한다.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