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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시작됐다]金국방 “개성공단 근로자 인질 가능성 높아… 대비책 검토”

입력 | 2010-05-25 03:00:00

개성공단

정부 “유지방침 불변 아니다” 추가도발 땐 철수 시사
폐쇄하면 북한경제 큰 타격 “北 쉽게 포기하지 않을것”
南北, 철수싸고 기싸움 예고




아직은 길목 열려 있지만…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천안함 피폭과 관련해 남북교역 및 교류 중단을 선언한 24일 오전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차량 들이 줄지어 개성공단으로 향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정부가 남북 교역 및 교류를 중단한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평양 등지에서의 내륙 위탁가공 등 대북 사업의 운명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졌다. 앞으로 남북 당국이 개성공단 철수를 둘러싸고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입주기업들의 불안도 극에 이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을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북한의 강경조치 등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당국자도 ‘북한이 육로통행을 차단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철수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개성공단 체류 인원을 현재의 50∼60%로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유사시 철수를 원활히 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비상상황이 발생할 때 평일 평균 1000명이나 되는 개성공단 내 남측 상주인력을 한꺼번에 철수하기는 어렵다며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4일 국회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조사특위에서 개성공단 내 남측 직원들이 인질로 붙잡힐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장관은 ‘개성공단 남측 직원 소개령’ 발동 여부에 대해선 “개성공단은 남북 간 중요한 연결고리이므로 현재의 조치를 먼저 해놓고 사태 진전에 따라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둘러싼 대북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남북한 정부의 보복조치가 이어지면서 개성공단 폐쇄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동결 조치가 1, 2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설비기계의 특성상 재투자 없이는 조업 재개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에 북한의 현실적인 여건을 들어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의견도 있다. 전력과 가스 등 사회간접자본을 남한이 제공하고 있는 데다 북측 근로자가 4만여 명에 이르는 등 폐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만만치 않아 북한이 개성공단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한편 정부가 24일 개성공단 상주인원 축소 방침을 발표하자 입주기업들은 ‘올 것이 왔다’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개성공단이 본격적인 폐쇄 수순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입주기업들은 이날 정부가 기업별로 줄여야 할 상주인원 수를 일일이 통보하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최근 개성공단 상주인원을 15명에서 7명으로 줄인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이날 2명만 북에 남겨두라는 통보를 받은 뒤 “자체적으로 조금씩 상주인력을 줄이긴 했지만 막상 통보를 받고 나니 ‘이제 정말 끝’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유지를 희망하는 일부 입주기업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날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 사무실은 정부 발표에 항의하는 기업들의 전화가 빗발쳐 한때 불통 사태를 빚었다.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일부 후발 입주업체는 정부가 경협보험상의 퇴로를 확보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바이어 이탈로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정부마저 상주인력 축소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에 더는 개성공단을 지킬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면 투자비용 보상을 받을 수 없도록 한 현행 남북 경협보험 규정을 바꿔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양 등에서 의류 등을 임가공하는 내륙기업들은 사실상 파산에 내몰리는 등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번 남북교역 중단 조치로 주문을 받아놓고도 북의 공장에 자재 공급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을 상대로 한 바이어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개성공단의 어제와 오늘 ▼
2004년 입주 시작… 北근로자 4만여명


개성공단은 1998년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소떼 방북’으로 상징되는 현대그룹 대북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공업지구 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했으며, 이후 2002년 말 현대아산이 공단 용지 2000만 평(66.7km²)의 토지이용권을 획득했다. 현대아산의 자금사정이 나빠지면서 실제 공단 개발은 한국토지공사와 함께 진행했다. 2003년 6월 개성공단 1단계 공사에 착수해, 이듬해 시범단지에 15개 기업이 입주했다. 당시 현대는 개성공단을 총 3단계에 걸쳐 북측 35만 명, 남측 3만 명의 근로자가 함께 일하는 거대 자족도시로 개발하려는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북핵 실험 등의 여파로 현재의 1단계 100만 평(330만 m²) 규모에서 더 커지지 못했다. 4월 말 현재 섬유, 신발, 화학, 기계금속, 전기전자 등 업종에서 총 121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공단 내 근로자 수는 20일 현재 남측 886명, 북측 4만3804명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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