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속으로/마크&델리아 오웬스 지음·상상의숲자연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위의 글은 저자가 겪은 실제 상황이다. 텐트 안으로 수사자가 들어오려 하고, 달리는 차 바로 앞에서는 암사자가 덤벼든다. 7월에 추위가 뼛속까지 스미기도 하고 낮 기온이 43도를 넘는 무시무시한 더위도 있다. 야생의 자연은 문명의 인간에게 혹독하다.
생태학을 공부하는 마크와 델리아 오웬스 부부는 대학원을 휴학하고 아프리카에 가기로 결정했다. 현장에서 야생동물을 연구하겠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수중엔 낚싯대와 주전자까지 다 팔아치워 마련한 6000달러가 있었다. 부부는 1974년부터 1980년까지 7년 동안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오지에서 겪은 경험을 이 책에 담았다. 야생동물에 대한 딱딱한 연구보고서가 아니라 ‘야생에서 살아간 것’에 대한 기록이다.
부부가 소개하는 갈색하이에나의 양육 방식도 눈길을 끈다. 갈색하이에나는 새끼를 안전하게 키우기 위해 공동육아 시스템을 취한다. 새끼가 어미를 잃으면 무리가 입양해 기른다. 야생동물의 지혜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졌던 사람들에게 야생의 환경은 하루에도 몇 번씩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는 위협적인 곳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크와 델리아 부부는 야생의 인내심과 협동, 강인한 생명력을 체득해 나간다.
수십만 마리의 누(Gnu)가 물을 찾아 움직이다 철조망 울타리에 막혀 떼죽음을 당한다. 야생동물이 방목지의 가축에게 구제역을 옮긴다고 여긴 사람들이 친 울타리다. 여기서부터 마크와 델리아는 목소리를 높인다. 인간의 철조망은 먹이와 물을 찾아가는 동물의 이동로를 막는다. 자연보호구역 안에서 뻔뻔스럽게 총을 쏘는 사냥꾼들 때문에 수사자가 죽어간다. 자연보호구역이 넓다지만 야생동물이 살아가기엔 턱없이 좁다. 칼라하리에 숨어 있는 야생의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 보물인지,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 덕목을 주는지 알리고자 마크와 델리아는 야영지의 텐트를 박차고 나온다.
이들의 결단은 의미 있었다. 부부가 함께 쓴 이 책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자연 다큐멘터리의 고전이 되었다. ‘야생 속으로’가 유명해지자 부부는 자연보호기금을 설립할 수 있었다. 이 기금은 아프리카를 비롯한 전 세계 자연보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쓰이고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