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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不降其志하며 不辱其身은 伯夷叔齊與인저

입력 | 2010-05-25 03:00:00


‘논어’ ‘微子(미자)’ 제8장은 伯夷 叔齊 虞仲(우중) 夷逸(이일) 朱張(주장) 柳下惠(유하혜) 少連(소련) 등 逸民(일민)을 거론하고 공자가 그들을 논평한 말을 실어두었다. 일민은 학문과 덕행이 높지만 벼슬 살지 않고 세상을 벗어나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逸은 遺逸(유일), 民은 無位를 뜻한다. 공자가 백이와 숙제에 대해 논평한 말은 위와 같다. 不降其志는 항상 뜻을 높이 지님을 말한다. 不辱其身은 몸을 맑게 지녀 汚辱(오욕)을 입지 않음을 말한다. 與는 감탄과 추정의 어조를 지닌다.

백이와 숙제는 은나라 말기 고죽국 後嗣(후사)로서의 권리를 서로 양보하였고 주나라 혁명의 정당성을 부정하여 首陽山에 숨어 살다가 굶어죽었다. 백이는 ‘옛날 선비는 治世를 만나면 職任(직임)을 피하지 않았고 난세를 만나면 구차하게 자리를 꿰고 있으려 하지 않았다. 지금은 천하가 어두우므로 그를 피하여 나의 행실이나 깨끗이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이다.

司馬遷(사마천)은 ‘伯夷列傳’에서 ‘온 천하가 혼탁한 뒤에야 청렴한 선비가 더욱 드러난다’고 칭송했다. 맹자도 ‘백이는 그 임금이 아니면 섬기지 않고 그 백성이 아니면 부리지 않았으며, 治世에는 나아가고 亂世(난세)에는 물러났으니, 백이는 성인 가운데 淸한 분이다’라고 논평했다.

조선 숙종 때 許穆(허목)은 고려 말, 조선 초에 원주 치악산에 은거하여 志節을 지킨 元天錫(원천석)의 墓銘(묘명)을 작성하면서 뜻을 굽히지 않고 몸을 욕되게 하지 않아 百代의 스승이 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일민의 덕행은 온전한 덕을 갖춘 聖人의 관점에서 본다면 賢人의 한 국면에 그친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의 관점에서 본다면 뜻을 굽히지 않고 몸을 욕되게 하지 않은 그 행실이 얼마나 至高한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