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위독하다는 말에 견딜 수 없었습니다. 세 남매 때문에 평생 고생만 하시고….”
24일 오후 1시 15분경 경기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D아파트 301동 앞 노상.
살인죄로 복역 중 이날 오전 대전교도소 구외(교도소 밖) 공장에서 작업을 하다 탈주한 최모 씨(33·중국동포)는 자신을 검거하기 위해 미리 와 있던 대전교도소 이용찬 교위(48) 등 4명 앞에서 아무런 저항 없이 두 손을 내밀었다. 이 교위는 수갑 한쪽은 자신의 손목에, 다른 한쪽은 최 씨의 손목에 채웠다.
하지만 22일 면회 온 누나(37)와 형(40)의 표정이 이상했다. 투병 중인 아버지가 위독하다고 말한 뒤 되돌아선 누나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
“중국 헤이룽장 성에서 살던 9세 때 혼자 된 아버지가 뇌중풍으로 쓰러졌어요. 이후 기적같이 일어선 뒤 ‘너희 셋 때문에 도저히 눈감을 수 없다’고 말하셨어요.”
최 씨는 이날 오전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공장 철조망 3개를 넘어 탈주한 뒤 택시를 타고 경기 안산시에 사는 누나를 찾아 아버지의 안부를 물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면회 사흘 전인 19일 이미 세상을 떠났다.
최 씨와 함께 수갑을 찬 교도관은 경기 파주시 광탄면 용미추모의 집 납골당으로 향했다. 국화 한 다발을 사 최 씨의 손에 쥐여줬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