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고 ‘나’를 보니 ‘남’이 다가오더라서구 편향 벗고 제3세계 작가도 대거 참가원주민 민속작품 등 ‘문화적 다양성’ 일깨워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제17회 시드니 비엔날레가 호주 시드니에서 8월 1일까지 열린다. 36개국 166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코카투 섬 등 7개 장소에서 나뉘어 열린다. 중국 작가 차이궈창은 코카투 섬의 버려진 창고에서 자동차를 이용한 설치작품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시드니=고미석 기자
올해 행사의 특징은 다문화주의를 지향하는 호주의 정체성에 맞춰 서구 중심에서 벗어나 ‘문화적 다양성’을 부각시켰다는 점. 미국의 루이스 부르주아, 빌 비올라, 러시아의 작가그룹 AES+F, 독일의 욘 보크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들과 함께 호주, 뉴질랜드 원주민의 민속예술작품이 당당하게 선보였다. 그 덕분에 전통과 동시대 미술의 만남, 비(非)서구 지역과 서구 문화의 조화로운 공존을 이루며 어떤 특정한 문화가 다른 문화보다 우월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올 행사는 현대미술관(MCA), 코카투 섬,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로열보태닉가든 등 도심 속 7개 장소에서 12주간(5월 12일∼8월 1일) 무료로 펼쳐진다. www.bos17.com
○ 전통과 동시대의 만남
시드니 항구에 자리 잡은 현대미술관 앞에는 미국 작가 록시 페인의 은빛 조각 ‘뉴론 2010’이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옥상정원에 나무뿌리 조각을 선보였던 작가다. 인공 파이프를 용접해 정보와 지식, 경험이 전달되는 신경계를 형상화한 조각은 사유의 공간을 은유한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면 겉에는 구슬, 안에는 바늘이 달린 모자를 통해 미국 식민지 시대의 여성 현실을 풍자한 앤젤라 엘스워스, 인공과 자연을 접목한 작품으로 현실을 빗댄 선사오민, 인체 형상으로 유기적 형태의 도자기를 만든 레이철 니본 등의 작업이 눈길을 끈다.
호주 시드니 명물인 오페라하우스의 야외 공간을 활용한 최정화 씨의 바구니 설치작품.
이곳에서 5분 거리에 자리 잡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는 한국 작가로 유일하게 참여한 최정화 씨의 플라스틱 바구니 설치작품을 선보여 관람객의 관심을 받고 있다.
○ 버려진 섬이 보물섬으로
비엔날레 개최 장소 중 코카투 섬의 전시는 인상적이다. 초창기엔 감옥으로,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조선소로 쓰였던 척박한 땅이 동시대 미술에 맞는 환상적 전시장으로 재활용됐기 때문.
시드니의 현대미술관 앞마당에 선보인 미국 작가 록시페인의 ‘뉴런2010’.
지구가 아름다운 푸른 행성이란 사실은 우주에서 바라볼 때만 알 수 있다. ‘거리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시드니 비엔날레는 우리에게 입력된 사고와 경험에서 거리를 두고 예술작품을 활짝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라고 일깨워준다.
시드니=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