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우거나 긁어내기 대신 도려내기출혈 훨씬 줄어들고 재발위험도 뚝
오승준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왼쪽)가 전립샘비대증을 심하게 앓는 환자에게 홀렙수술을 하고 있다. 홀렙수술은 기존의 레이저 수술보다 부작용이 적고 입원기간이 짧다.
《여성에게 폐경기가 온다면, 남성에게는 전립샘 질환이 온다. 밤톨만 한 크기인 전립샘은 방광 아래에서 소변이 나가는 요도 주변을 감싸고 있다. 전립샘의 역할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정액의 대부분은 정자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정액 중 정자는 1%에 불과하고, 전립샘에서 나오는 전립샘액이 정액의 40%를 차지한다. 전립샘액은 정자가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정액이 나올 때, 소변이 나오지 않도록 요도 입구를 닫아주는 것도 전립샘이다.
전립샘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커지며 요도를 누른다. 소변 나가는 길을 좁게 만들기 때문에 소변을 봐도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금방 소변이 나오지 않아 뜸을 들여야 하거나 배에 힘을 줘야 나오는 경우도 있다. 소변이 제때 나가지 못해 방광의 모습도 변하기 십상이다.》
○ 식생활이 아닌 ‘노화’가 원인
전립샘 비대증이 백인에게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서구화된 식생활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전립샘은 식생활이 문제가 아니다. 남성호르몬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전립샘 비대증이 중증일 경우, 건강기능성 식품을 복용하거나 민간요법에 기대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커진 전립샘 크기를 식품으로 줄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증상이 경미할 때는 약물을 복용할 수 있지만, 전립샘 비대증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보완한 것이 KTP레이저 수술이다. 잘라내지 않고 레이저빔으로 태워버리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출혈이 적었다.
그러나 조직을 모두 태워버리기 때문에 전립샘 암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오승준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긁어낸 조직을 보면, 환자 중 5% 정도는 전립샘암 증상이 있다”며 “암 검사를 받을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레이저를 쏠 때 어디가 전립샘 조직이고, 어디가 다른 부위인지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단점이다. 많이 태우겠다고 깊게 파고들 경우, 전립샘과 붙어있는 괄약근이 다칠 위험이 있었다. 괄약근이 다칠까봐 조금만 태울 경우, 비대한 조직을 깨끗하게 제거하지 못한다.
최근 국내에 도입된 ‘홀뮴레이저 전립샘종 적출술’(일명 홀렙수술)은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 수술법이다. 홀렙수술은 전립샘 조직의 안쪽을 레이저로 도려내는 방식이다. 기존 수술이 전립샘 조직을 안에서부터 긁어내는 방식이었다. 오렌지에 비유하면 기존 방식은 속에서부터 파들어가며 알갱이를 긁어내는 것이고 홀렙 수술은 속에서 알갱이 전체를 한번에 도려내는 것이다.
○ 의료진 기술이 중요
홀렙수술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1996년. 그러나 기술보급은 서서히 이뤄졌다. 수술 난도가 높아 의료진의 기술이 수술 성공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
국내에서 가장 많이 홀렙수술을 시행한 병원은 서울대병원이다. 2008년 이후 현재까지 258명을 수술했다. 오승준, 백재승 비뇨기과 교수팀은 지난해 전립선학회와 대한비뇨기과학회에 임상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또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1차 워크숍을 개최한 데 이어, 올 3월 2차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국 비뇨기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홀렙 수술방법을 강연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