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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집중분석]정유미 “영화를 보고 위로가 됐나요?"

입력 | 2010-05-25 16:38:52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의 배우 정유미.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학교 성적도 좋고 석사이지만 '지방대 출신', 게다가 '여성'이란 '스펙'의 한계로 면접 기회조차 거의 얻지 못하는 한 여자가 있다. 운 좋게 면접까지 가더라도 면접관은 그녀에겐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왜 제겐 질문 안 하세요?"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 출 줄 알아요? 어디 한번 춰 봐요."

이어지는 여자의 '손담비 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율동을 곁들여 자기 딴에는 열심히 노래를 부르지만 면접관은 고약하게도 "킥킥"댄다. 이제야 이상한 낌새를 느낀 여자, 면접장을 박차고 나가기 직전 면접관을 쏘아붙인다. "당신들, 사람 가지고 이러는 거 아냐!"

20일 개봉한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감독 김광식·제작 JK필름)에서 박중훈(44)과 주연을 맡아 좋은 평가를 받은 정유미(27)를 만났다.

삼류건달 동철은 옆방에 이사온 취업준비생 세진이 영양실조로 쓰러지자 둘러업고 병원 응급실로 뛴다.


"손담비 춤을 추는 신, 웃기기 위한 장치라고 의심했다"

정유미는 영화에서 취업 준비생 '한세진'으로 분해 고단한 '88만 원 세대'를 대변했다. 8억 2000만원을 들인 저예산 영화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한 호평 속에 개봉 첫 주 만에 30만 관객을 동원하는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큰 기대 없이 영화관에 갔다가 '어, 이 영화 재밌네!' 하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할까.

"면접관 앞에서 춤추는 장면이요? 처음에는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 그런 장면을 넣었구나!' 했었어요. 그런데 직장 다니는 친구한테 물었더니 '면접관이 노래하라면 해야 하고 춤추라면 춰야 한다'는 거예요. 그때부터는 물음표 없이 연기했죠. 대본 상에는 문 닫고 나가기 전에 면접관에게 '이런 X XX 개떡 같은 새끼들아!'라고 욕설까지 해요. 욕설 장면은 나중에 편집됐지만, 촬영할 때만 해도 욕이 입에 안 붙어서 애먹었죠."

정유미는 "그렇다고 세진이가 처한 상황이 암울하지만은 않다. 영화를 다 보면 알겠지만 오히려 세진이 정도면 순조롭게 풀린 편"이라며 "희망을 주는 밝은 영화"라고 강조했다.

동철은 세진이 고향집에 데려갈 가짜 남자친구 행세까지 한다.


겸손하고 자상한 대선배 박중훈에 반하다

박중훈은 싸움 하나 제대로 못하지만 입심 하난 끝내주는 삼류 건달 '오동철' 역을 맡았다. 어느 날 그가 사는 달동네 반 지하 셋방 옆에 세진이 이사 온다. 그래서 이 영화의 광고 문구는 '반지하 옆방 남녀의 야릇한 반 동거 스토리'다. 정유미는 대선배 박중훈의 기에 밀리지 않고 풋풋한 매력을 뽐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중훈 선배를 보고 '괜히 25년 한 배우가 아니구나!' 라고 감탄했어요. 그 열정과 에너지를 지금까지 가진 게 참 대단합니다. '중훈아'라고만 안 하면 된다며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어요. 박 선배는 너무 웃겨서 같이 있으면 주름이 늘까 봐 겁나요. 저는 주름 지지 말라고 항상 눈가에 검지를 대고 웃었어요. 감독님은 '아하하'하고 박장대소하고. 재밌게 찍었던 것 같아요. 매번 우리에게서 어떤 에너지가 나올까 하고 상상하고. 연기가 맞아지는 게 신기했죠."

정유미가 뽑은 최고의 장면은 처음 세진이 이사 들어올 때라고. 서로에 대해 아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한세진 오동철 그 자체로 만나기 때문이란다. 그녀는 "촬영하면서 배역 대 배역이 아니라 동료로서 익숙해지고 알게 되는 부분도 있어서 오히려 연기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며 "반면 초반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날 것 그대로의 신선한 느낌이라서 좋았다"고 말했다.

티격태격하면서 친해지는 동철과 세진. 데이트(?) 메인요리는 늘 동네 분식점 라면이다.


'풋풋한 미인' 정유미 피부의 비밀은 이것

부산 출신인 정유미는 배우의 꿈을 안고 상경, 서울예대 영화과에 입학했다. 학교에서 '폴라로이드 작동법' 등 단편영화를 찍으면서 연기의 맛을 알아갔다고. 2005년 데뷔해 '사랑니' '가족의 탄생' '잘 알지도 못하면서' '차우' '십억' 등의 영화에 쉬지 않고 출연했다. 정유미의 출연작은 2009년에만 6편에 이른다.

"사실 '내 깡패 같은 애인'을 찍지 않고 조금 쉬려고 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그냥 해라. 뭘 했다고 쉬느냐'고 하더라고요. 맞는 말이었어요. 또 목표인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는 방법은 연기를 많이 해 보는 수밖에 없는 거고요."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의 배우 정유미.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성형 안 한 얼굴이 풋풋하다는 말을 듣는 정유미지만 요즘은 눈가 주름이 많이 신경 쓰인다고. 원래 영화 촬영을 하면서 화면 모니터링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이번 영화를 찍다가 우연히 카메라 화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으악!! 이게 뭐야!! 눈가에 주름에 다크 서클이…. 당장 약국에 가서 상담을 받았어요. 물에 타 먹는 콜라겐 가루를 추천하더군요. 사다가 그날부터 먹었어요. 위약 효과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저는 효과를 본 것 같아요. 나중에 찍은 신은 피부가 좋아 보였어요. 감독님도 '훨씬 낫다'고 하고. 하하하."

잠시 행복한 표정을 짓던 정유미는 기자에게도 콜라겐 가루를 적극적으로 권했다. 기자가 "요즘 성형을 했다 하면 전셋집 한 채 값이니 중형차 한 대 값이니 하는데, 그냥 보톡스 주사를 한 번 맞는 게 낫지 않느냐"고 하자 고개를 젓는다. 그냥 생긴 대로 살겠다면서. 최근에는 건강을 위해 아쿠아로빅(수중 운동)도 시작했다고 한다. 한참 재미 들렸는데 영화 홍보 때문에 빠지는 날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마지막으로 '내 깡패 같은 애인'을 홍보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이번 작품은 관객에게 위안을 주는 따뜻한 영화, 선물이 되는 영화"라며 "영화를 본 분들께 많은 위로가 됐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 동영상 = ‘내 깡패 같은 애인’ 정유미 “17살차 박중훈 선배와의 뽀뽀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