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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다이빙궈, 사자성어 인용 회담의지 밝혔지만…

입력 | 2010-05-26 03:00:00

제2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폐막

천안함 - 이란핵 - 위안화
핵심의제 성과 별로 없어




“길은 달라도 이르는 곳은 같다(殊途同歸·수도동귀).”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禮尙往來·예상왕래).”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24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2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개막식 연설에서 서로 중국의 사자성어를 인용해 회담에 임하는 의지와 희망을 피력했다.

클린턴 국무장관이 말한 ‘수도동귀’는 서로 의견의 차이, 나아가 갈등 요소가 있더라도 ‘윈윈’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양국은 서로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공동의 목표와 책임이 있다”고 역설했다. 이는 중국의 외교 정책 기조인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를 인정하면서 공통점을 추구한다)와 통한다.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이날 “영화 아바타에서 (지구와 외계인 간의) 이해와 신뢰, 의사소통이 중요한 것처럼 양국 간에도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도 대화에 참가하려 21일 워싱턴을 떠나기에 앞서 “미국-중국 관계는 풍우동주(風雨同舟·비바람 속에서 같은 배를 타고 가는 관계)”라고 표현했다.

비록 천안함 사건 대응책이나 이란 핵, 위안화 환율 문제 등 핵심 의제와 관련해 의견차가 있지만 미국이나 중국 모두 상호 협력을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음을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25일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한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8건의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전략과 경제라는 두 분야에 양국의 장차관급 인사만 50여 명이 참가하고, 특히 미국은 200여 명의 방문단을 파견했지만 핵심 의제에 대한 합의 내용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화의 가장 큰 현안으로 부상한 천안함 사건에 대해 미국이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으나 중국은 “한반도 위기 상황에 미국과 협력하겠다”는 원칙론만 천명한 채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란 핵 개발과 관련해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촉구했으나 이란과 에너지 협력관계가 깊은 중국은 안보리 논의에 찬성한 것 외에 제재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위안화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도 공격 수위가 높지 않았으나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자체 조절 속도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며 당초 입장을 견지했다. 다만 가이트너 장관은 “국제금융위기 대처나 양국 간 무역 문제 등은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홍콩 원후이(文匯)보는 “외국 언론에서 중-미 간 대화가 실질적인 내용이 있는지에 의문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