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중정상회담 앞두고 우다웨이 이례적 방한 柳외교와 천안함 20분 논의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구체적 태도 표명을 꺼려온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북한 규탄 기류가 확산됨에 따라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미국 일본 스웨덴 등 20여 개 국가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에서 잇따르는 대북 비난성명은 북한의 유일한 후원국인 중국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특히 상당수 국가에서 중국에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하고 있어 중국 지도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중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통상부를 방문해 유명환 장관,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천안함 사태에 대해 긴밀한 대화를 나눴다.
우 대표는 위 본부장과 천안함 문제를 두고 대화를 나누다가 “6자회담이 잘 돌아가고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상황이 낫지 않았겠냐고 생각하게 된다”는 언급을 했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중국도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심증을 갖고 있음을 은연중에 나타낸 것으로 읽힌다. 6자회담이 없어서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는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 대표가 북한에 자제를 촉구하고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음을 한국에 전했다”고 말했다.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통해 확인한 미국의 단호한 태도도 중국으로 하여금 뭔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을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에는 캐나다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7월에는 베트남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등 국제사회의 모임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중국으로서는 북한 문제를 어떻게든 정리하지 않으면 부담이 점점 더 커질 수 있다. 우 대표가 유 장관을 예방한 1시간 동안 천안함 문제가 20분 이상 논의된 것도 이런 중국의 처지를 반영한다.
중국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우 대표는 유 장관에게 “천안함 조사 결과를 진지하게 검토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평가는 더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우 대표는 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중국의 기본자세를 되풀이했다. 중국은 여전히 대북 제재에 소극적임을 시사한 것이다.
또 위 본부장이 천안함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지만 우 대표는 6자회담 문제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