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도전정신 버린 젊은이들 우직함이 혁명적 제품 만든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마냥 좋아만 할 일도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순위가 뒤바뀐 주된 이유는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여 경제 부문의 순위가 크게 오른 데 반해 일본은 국가부채가 급증하면서 재정악화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노사관계(56위), 문화적 개방성(52위), 대학교육이 사회에 부합하는 정도(46위) 등 항목에서는 여전히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경쟁력 순위가 올라간 것은 다른 나라들이 금융위기의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해서이지 우리 자신의 기초체력이 튼튼해지거나 실력이 늘었기 때문은 아닌 것이다.
게다가 국가경쟁력 순위가 높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국가의 밝은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님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IMD의 평가지표에는 잡히지 않지만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다른 요소가 많다. 필자는 특히 젊은이들의 도전정신과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를 들고 싶다. 새로운 도전이야말로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며 그것이 없으면 최근의 일본처럼 무기력한 국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의 졸업식에서 한 말이다. 헝그리 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일생을 바칠 만한 일을 찾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일을 함에 있어 미련함과 우직함을 유지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사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현 시대에서는 상황 변화에 약삭빠르게 대처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가장 빠르게 변화를 주도하는 IT업계의 대표가 오히려 미련하고 우직함을 지키라고 충고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잡스는 유행과 관계없이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우직하게 추진했고, 그러기에 일반적인 상식과 통념을 송두리째 뒤엎는 혁명적인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과연 우리는 젊은 세대에게 이러한 우직함을 기대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 학생들은 일상생활에서, 그리고 학교생활에서 매일 편법이 자행되는 것을 보며 자라고 있다. 정치판의 불법 편법은 말할 나위없고 대학들도 졸업생 취업통계를 부풀리고, 국제화 지표를 높이기 위해 자격 없는 외국인 학생들을 마구잡이로 유치하며, 정부에서 돈만 준다고 하면 원칙 없는 학과 통폐합도 서슴지 않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 우직함을 기대하는 것은, 마치 자기는 ‘바담 풍’ 하면서 제자들에게는 ‘바람 풍’ 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우리 젊은이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정신과 그것을 이루기 위해 우직하게 노력하는 태도가 없다면 아무리 IMD 평가 순위가 높아지더라도 우리나라의 앞날이 밝지 않을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과 우직한 순수함을 돌려주기 위해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
오세정 객원논설위원·서울대 교수·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