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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이어 라데온 HD 5870 Vapor-X로 게임 쌩쌩~ 1부

입력 | 2010-05-26 19:57:03


온의 전성기가 열리는가


예전에는 AMD라는 회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당연히 CPU를 먼저 떠올렸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2006년에 그래픽 칩 전문업체인 ATi를 인수한 이후부터 AMD는 ATi의 그래픽카드 브랜드인 ‘라데온(Radeon)’ 시리즈를 자사의 주력 제품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라데온 시리즈는 엔비디아(Nvidia) 사의 지포스(Geforce) 시리즈보다 한수 뒤지는 ‘2인자’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AMD로 소속을 옮긴 다음부터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마케팅이 더해졌고, 이제는 지포스 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위세가 강해졌다. 특히 2009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라데온 HD 5000 시리즈는 비슷한 가격의 지포스 시리즈에 비해 전력은 덜 소모하면서 3D 그래픽 성능은 유사하거나 더 높아 게이머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라데온 HD 5000 시리즈 중에서 최상위의 제품은 ‘라데온 HD 5970’이다. 다만, 이 제품은 하나의 그래픽카드에 2개의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카드의 핵심 칩)를 장착하는 방식의 제품이다. 때문에 수치적인 사양은 높지만 멀티 GPU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에서는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가격도 90만 원(2010년 5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에 육박할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실질적인 판매보단 제조사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큰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다음 모델, 즉 1개의 GPU를 이용한 라데온 HD 5000 시리즈 중에서 가장 사양이 높은 ‘라데온 HD 5870’이 실질적 의미의 최상위 제품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가격은 50만 원대로서, 싸진 않지만 손에 넣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같은 라데온 HD 5870 GPU를 사용한 그래픽카드라도 워낙 다양한 업체에서 제조, 판매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브랜드가 달라도 같은 GPU를 쓰는 제품 간의 성능은 별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메이커들은 조금이라도 차별화된 특별한 버전의 제품을 내놓으려 노력하고 있는데, 이번에 소개할 사파이어(Sapphire) 사의 ‘라데온 HD 5870 Vapor-X’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일반적인 라데온 HD 5870 제품에 비해 GPU와 비디오 메모리의 클럭(clock: 동작속도)을 높여 성능향상을 꾀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더 발생하는 열을 원활히 배출할 수 있도록 특수 쿨러를 장착해 안정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제품의 외형과 크기

고급형 그래픽카드들은 하나같이 크고 두껍다. 이는 아무래도 더욱 높은 성능을 내기 위해 더 많은 부품을 집적해야 하니 기판이 커질 수밖에 없고, 고성능 GPU일수록 발열이 심하므로 냉각 성능이 높은 대형 쿨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사파이어 라데온 HD 5870 Vapor-X 역시 마찬가지다. 제품의 길이는 25.8cm, 두께는 3.6cm에 달하므로 슬림형 케이스에는 꽂을 수 없으며, 케이스에 장착했다 해도 일반적인 확장카드 2개분의 두께를 차지하므로 그래픽카드 슬롯 바로 아래에 있는 슬롯은 쓸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고급형 그래픽카드답게 전력소모도 제법 많으므로 그래픽카드 전용 6핀 보조 전원 2개를 모두 꽂아주어야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구형 파워서플라이의 경우 6핀 보조 전원 커넥터가 1개밖에 없거나 전혀 없는 경우도 많은데, 다행히 사파이어 라데온 HD 5870 Vapor-X 패키지에는 일반 4핀 커넥터를 6핀 커넥터로 변환해주는 케이블이 2개 들어 있으므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을 것 같다.


다만, 6핀 보조 전원 포트가 기판의 오른쪽, 즉 PC의 전면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 약간 마음에 걸린다. 케이스의 종류에 따라 6핀 포트에 꽂힌 커넥터가 하드디스크와 간섭을 일으켜 설치가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 설치 전에 하드디스크의 위치를 잘 조정해두자.


그리고 기판의 우측 상단에는 한 PC에 최대 4개까지의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동시에 장착해 성능을 높이는 크로스파이어X(CrossfireX)용 연결 커넥터를 꽂는 슬롯이 보인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성능은 높일 수 있지만 경제적 부담이 막대하므로 어디까지나 상징적 의미의 장치로서 생각하도록 하자. 어차피 라데온 HD 5870 정도의 그래픽카드라면 1개만 장착해도 어지간한 게임은 거의 다 원활하게 즐길 수 있다.

덩치만큼이나 특별한 쿨러, Vapor-X

제품명에 들어가는 Vapor-X란 기판에 달린 쿨러의 이름이다. 이 쿨러는 GPU와 방열판 사이에 진공 상태의 공간을 만들어 냉각 효과를 높이는 방식인데, 사파이어의 그래픽카드 중에서도 고급형 모델에만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열판 외에 90mm 규격의 냉각팬과 구리 소재의 히트파이프가 조합되어 있으며, 쿨러의 커버면에 통풍구를 마련하여 내부의 열을 신속히 배출하고자 한 것이 눈에 띈다. 그래픽카드 간의 등급을 매기는데 쿨러의 성능과 디자인이 제법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사파이어 라데온 HD 5870 Vapor-X의 쿨러는 제법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다양한 출력 포트는 합격점

사파이어 라데온 HD 5870 Vapor-X의 블래킷 부분을 살펴보면 2개의 DVI 포트와 각각 1개씩의 HDMI 및 디스플레이 포트(Display port)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DVI 포트는 일반적인 모니터로 화면을 출력할 때 널리 쓰이는데, 만약 DVI 포트가 없는 구형 모니터를 쓰고 있다면 패키지에 동봉된 변환 젠더를 사용해 D-Sub 포트로 모니터와 접속할 수도 있다(다만, 이 경우엔 화질이 약간 저하된다).


그리고 HDMI와 디스플레이 포트는 DVI와 달리, 영상뿐만 아니라 음성도 함께 전달하는 특성이 있어 HD TV와 같은 모니터 외의 디스플레이와 PC를 연결해 게임이나 영화를 즐기고자 할 때 유용하다.

그래픽카드가 음성 출력기능을 가진 것이 조금 이상하게 생각될지도 모르겠는데, 라데온 시리즈는 그래픽카드임에도 내부에 별도의 음성 출력 장치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메인보드나 사운드카드의 음성 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HDMI나 디스플레이 포트를 통한 음성 출력이 가능하다(2006년에 나온 라데온 HD 2000 시리즈 이후부터 해당).

경쟁 제품인 지포스 시리즈의 경우, 2010년에 나온 최신 제품인 지포스 400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음성 장치를 내장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HDMI나 디스플레이 포트로 음성을 출력하려면 메인보드의 디지털 음성 출력부와 그래픽카드를 케이블로 연결해주는 수고를 해야 한다. 3D 그래픽 성능 부분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멀티미디어 기력 쪽에서 라데온 시리즈가 지포스 시리즈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다.

라데온 HD 5000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가 그래픽카드에 최대 6개의 모니터 출력이 가능한 아이피니티(eyefinity) 기능이다. 사파이어 라데온 HD 5870 Vapor-X의 경우, 총 4개의 영상 출력 포트가 있고 그 중 3개까지 동시 출력이 가능하므로 아이피니티 기능을 완전히 지원한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기존의 그래픽카드들이 동시에 2개 모니터까지만 출력이 가능했던 것과 비교하면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조사에서 성능을 보장하는 오버클러킹 모델

CPU나 GPU의 클럭을 기준 이상으로 높이는 오버클러킹(Overclocking)을 하면 성능은 향상되지만, 시스템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리고 무리하게 오버클러킹을 하다가 고장이라도 나면 A/S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PC지식이 많은 일부 매니아를 제외하면 오버클러킹은 그다지 권장할 수 없는 행위다. 하지만 사파이어 라데온 HD 5870 Vapor-X은 경우가 조금 다르다. AMD에서 정한 라데온 HD 5870의 표준 클럭은 GPU와 메모리가 각각 850MHz와 4,800MHz인데, 사파이어 라데온 HD 5870 Vapor-X의 경우, GPU 클럭은 875Mhz, 메모리 클럭은 5,000MHz으로 이미 오버클러킹된 상태에서 출고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GDDR5 메모리는 실제 클럭 수치의 4배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그래픽카드 제조사에서는 실제 클럭에 4배가 곱해진 수치를 사양표에 표기한다. 따라서 GPU-Z와 같은 그래픽카드 정보 분석 프로그램으로 사파이어 라데온 HD 5870 Vapor-X의 정보를 확인하면 메모리 클럭 수치가 1,250MHz라고 표시된다.

아무튼, 제조사에서 보장하는 오버클러킹 모델이므로 이 상태로 계속 사용하더라도 당연히 A/S에는 문제가 없으며, 표준 규격의 타사 라데온 HD 5870보다 한층 높은 게임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일반 쿨러보다 냉각 성능이 높은 Vapor-X 쿨러를 장착한 것도, 오버클러킹에 의해 높아진 발열을 커버하기 위함일 것이다.

다이렉트X 11 지원으로 한층 향상된 3D 효과를 맛보자

라데온 HD 5870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면 바로 최신 그래픽 구현 기술인 다이렉트X(DirectX) 11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물론, 2010년 현재까지 나온 대부분의 게임들은 다이렉트X 9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라데온 HD 5000 시리즈의 성능을 완전히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발매를 앞둔 EA사의 배틀포지(Battle Forge), GSC사의 S.T.A.L.K.E.R. : Call of Pryipyat 등 다수의 게임들이 다이렉트X 11 기반으로 제작되고 있다. 때문에 미래를 대비한다면 라데온 HD 5870과 같이 다이렉트X 11을 지원하는 그래픽카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참고로, 사파이어 라데온 HD 5870 Vapor-X의 패키지에는 다이렉트X 11을 지원하는 최신 레이싱 게임인 ‘Dirt 2’의 다운로드 쿠폰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이용하면 다이렉트X 11 게임 특유의 화려한 특수효과를 맛볼 수 있으니 한껏 이용해 보도록 하자.

고해상도에 강한 256비트 버스의 GDDR5 1GB 메모리

다이렉트X 11 게임들은 워낙 화려한 특수효과가 많이 쓰이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선 모니터의 해상도를 높여서 플레이하는 것이 좋다. 게임의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그래픽카드에 장착된 메모리의 성능이 중요해지는데, 사파이어 라데온 HD 5870 Vapor-X는 최신의 비디오메모리 규격인 GDDR5를 1GB 갖추고 있다.

또한, 메모리의 데이터가 지나가는 버스(bus)의 폭이 256비트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메모리의 버스폭이 낮으면 저해상도에서는 잘 구동되던 게임이 고해상도로 갈수록 급격하게 성능이 저하된다. 하지만 버스폭이 높은 메모리는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의 보급형 그래픽카드는 64비트 버스, 그리고 중급형 그래픽카드는 128비트의 메모리를 사용한다. 해상도를 높여도 게임 성능의 저하가 적은 256비트 이상의 메모리는 고급형 그래픽카드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 두자.

지금까지 사파이어 라데온 HD 5870 Vapor-X의 첫인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고급형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HD 5870 계열의 제품인 만큼, 제품의 구성이나 사양과 같은 기본기는 충실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에 더해 고성능 쿨러와 오버클러킹까지 더해져 차별화까지 꾀했다. 2부 기사에서는 게임 구동능력을 중심으로 한 각종 벤치마크를 통해 사파이어 라데온 HD 5870 Vapor-X의 진정한 실력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