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온라인 판매왕’ 준비없이 덜컥 개업쓴 맛―낯선 오프라인… 반년만에 폐업 위기단 맛―발로 뛰는 마케팅… 月700만원 수익
건강식품 프랜차이즈 ‘허준본가’ 지행점을 운영하는 문철성 씨(왼쪽)가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건강식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허준본가 지행점
문 씨는 온라인에서의 성공경험을 살리면 오프라인에서도 건강식품 판매를 통해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어린 시절을 보낸 동두천시 지행동에 50m²(약 15평) 규모의 점포를 냈다. 온라인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실패는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 오프라인 창업 반년 만에 1500만 원 날린 ‘온라인 판매 왕’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매출이 하루 30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석 달이 지나자 상황은 더욱 악화돼 하루 매출이 20만 원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듯 점포를 운영해 고객들이 외면한 결과였다. 적자는 1500만 원 정도로 불어났다. 점포개설비와 운영비까지 합쳐 약 7000만 원을 투자했던 문 씨는 결국 지난해 3월 폐점 위기에 몰렸다.
○ 오프라인 매장의 방정식을 배워라
문 씨는 뒤늦게 자신이 점포사업의 특성을 간과했다는 점을 파악했다. 그는 “온라인에서는 가격을 낮춘 뒤 홍보를 집중해 값이 싸다는 점만 알리면 매출이 올랐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달랐다”며 “오프라인에서는 매장운영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등 서비스정신을 갖추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점주들은 소자본 점포창업은 온라인과 달리 주인이 애정을 쏟으며 가게를 지켜야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건강식품은 어버이날이나 명절 등이 아니면 마케팅이 매출로 잘 연결되지 않는 만큼 마케팅 비용 지출을 줄일 것도 제안했다. 이어 점주들은 “단골을 확보하려면 지역 주민과 적극적으로 친분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1년의 노력 끝에 월 700만 원대 수익
문 씨는 우선 매장을 지키는 일부터 실천했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정확하게 시간을 맞춰 영업했다. 그는 매장운영에 필요한 약탕기 청소와 포장업무 처리를 위해 영업이 끝난 뒤에도 가게를 지켰다.
마케팅 방식도 바꿨다. 명절이나 어버이날 등 선물수요가 몰리는 시기에만 2, 3일 전에 집중적으로 전단을 돌리는 방법을 택했다. 이후에는 별도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지 않았다. 이렇게 줄인 비용으로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판매금액의 2.5%를 마일리지로 돌려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자 단골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일리지 제도를 이용해 축적한 고객정보를 활용하게 되자 고객 관리도 수월해졌다.
배달도 하는 그는 배달을 나가서 10분 안에 가게로 돌아올 수 있는 거리에 한해서 직접 배달을 한다. 고객이 문 밖에서 기다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나머지 지역은 택배를 이용한다. 매장을 비울 때는 문에 연락처를 적어 두고 고객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한다.
그는 “이런 노력이 결국 신뢰로 이어져 이제는 잠깐 자리를 비워도 손님이 10분 정도는 기다려준다”며 “고객과 직접 만나고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의 성공담은 뒤로 하고 몸으로 뛰며 익힌 오프라인 매장 운영 노하우를 적극 실천한 문 씨는 “지금은 한 달 700만 원 이상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 전문가 조언
건강제품 고객 대체로 보수적
건강정보 나누며 관계 유지를
문철성 씨 사례는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창업 초기 문 씨는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없었다. 경험 부족은 많은 비용을 마케팅에 투자하고도 적자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매장 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성공한 점포를 벤치마킹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으로 적지 않은 소득을 올리며 안정궤도에 올라섰다.
문 씨는 이제 ‘질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는 고객을 확보하고 매출을 올리는 등 ‘양’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단순히 제품을 사고파는 관계로는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 새롭게 유행하는 건강식품이 나타나면 그쪽으로 수요가 몰릴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지금의 고객들도 언제든지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려면 건강식품 판매점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업 철학과 생각을 갖출 필요가 있다. 건강 관련 제품의 주 고객은 보수적이다. 한번 정한 가게나 제품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지금 고객은 앞으로도 평생 가게를 찾을 수 있는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지속가능한 고객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주민 모임 참가 등 현재 하고 있는 활동은 계속하는 것이 좋다. 나아가 ‘지역사회 건강지킴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주민 누구나 편하게 가게를 방문해 건강상담을 할 수 있는 사랑방 같은 장소로 거듭난다면 더 발전할 수 있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비록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따뜻한 차를 대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현재 홍보에 활용하고 있는 고객정보를 고객의 ‘건강 플래너’로 이용할 필요도 있다. 제품 판매 뒤에도 제품을 꾸준히 복용하는지 체크하고 체질과 건강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권유하는 데 고객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건강에 대한 정보를 고객에게 수시로 제공하며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소개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