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대학’을 통해 연극무대에 처음 도전한 연기자 김지훈. [사진제공=연극열전]
■ 연극무대 첫 도전
비굴한 역인데 외모도 반듯
어깨도 떡 벌어져 혼쭐났죠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김지훈(29)을 만났다.
김지훈의 이미지는 SBS 드라마 ‘별을 따다줘’에서 보여 준 차갑고 냉철한 변호사 ‘원강하’ 그대로다. 찬 바람이 쌩쌩, 냉장고 문을 연 듯 한기가 들어 선뜻 말 붙이기가 어려워 보인다(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그런 그가 연극 무대에 올랐다. 연극 열전의 롱런작 ‘웃음의 대학’에서 ‘작가’ 역을 맡았다. 자신이 쓴 대본을 통과시키기 위해 검열관 앞에서 시종 굽실거리고, 비굴하고, 모욕을 당하는 불쌍한 역할이다. 김지훈 이전에는 봉태규가 이 역을 연기했다. 좋게 보면 역대 가장 멋있는 작가이고, 엄밀히 보면 도저히 어울릴 듯 여겨지지 않는 작가이다. 이 말에 김지훈이 “아하하!” 웃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얼굴을 크게 잡는 ‘바스트샷’이 위주인 TV와 달리 연극은 전체가 보이는 ‘풀샷’이잖아요. 멀리서 보면 뭐… 크게 걱정은 안 해요.”
정작 그가 우려하는 것은 얼굴이 아니라 어깨. 작가는 굽실대는 역인데, 어깨가 너무 떡 벌어졌다. 아무리 연기지만 한 시간 반 동안 어깨를 굽히고 있을 수만은 없다. 실제로 연출가에게 ‘작가가 너무 당당해 보인다’라는 지적을 받고 말았다.
그러면서 그는 ‘배우 김지훈’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한 마디하고 싶단다.
“굉장히 재미있고, 짜임새가 있는 작품입니다. 솔직히 제가 전형적인 ‘작가’ 역에 어울리는 연기자는 아니지만, 안 어울리는 듯 하면서도 나름 제가 소화해낸 작가를 만나실 수 있을 거에요. 한 번 보셨던 분도 또 보러 오시면 새로운 맛을 느끼실 겁니다. 김지훈이 약속드리죠. 오시면 본전 생각 안 나게 해드리겠습니다. 아∼! !”
김지훈의 ‘웃음의대학’은 24 일부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 중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