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기자, 경기 시흥 ‘일일 명예 선거부정감시단원’ 체험
“금품-향응 제공 의심” 제보
칼 국수 식당서 잠복 근무도

‘일일 명예 선거부정감시단원’으로 위촉된 본보 강경석 기자(왼쪽)가 동료 감시단원들과 함께 경기 시흥시의 한 선거유세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시흥=김재명 기자
“저 유세차 앞유리에 선거차량용 표지가 안 붙어 있는데?” 이날 오후 4시 15분 시흥시 은행동 사거리. 한 시의원 후보자의 유세차량을 따라가던 감시단 정진숙 씨(43·여)가 말했다. 기자가 차창을 열고 “잠깐 멈춰보세요”라고 외쳤지만 유세차량은 감시단을 약 올리듯 오히려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차량 ‘추격전’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감시단은 500m쯤 추격을 벌인 뒤에야 유세차량을 앞질러 멈출 수 있었다. 정 씨가 운전자에게 달려가 ‘선거부정감시단원’이라고 적힌 신분증을 제시하며 내려 달라고 말했다. 기자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캠코더를 꺼내 녹화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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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의 금품·향응 제공 여부 감시도 주요 활동 중 하나. 오후 2시부터 일반 감시단 활동을 한 기자는 오후 7시부터 금품·향응 현장을 감시하는 ‘기동팀’에 배치됐다. 한팀이 된 김형준 씨(가명·50)는 오후 8시경 시흥시선관위 전유환 지도계장(42)의 전화를 받더니 “5분 안에 도착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곤 사무실을 달려 나갔다. 기자는 영문도 모른 채 김 씨를 따라 뛰었다.
15분쯤 지나 김 씨와 도착한 곳은 은행동의 A칼국수 집. 김 씨와 기자는 식당 오른쪽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한 시의원 후보자 일행을 확인하고는 식당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기자는 자리에 앉자마자 사전에 교육받았던 대로 후보자 일행이 모르게 탁자 아래로 소형 캠코더를 꺼내 녹화 버튼을 눌렀다. 김 씨는 소형 녹음기를 꺼냈다. 1시간쯤 지났을까. 드디어 후보자 일행이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밖으로 나갔다. 이미 식당 밖엔 전 계장과 시흥경찰서 손종욱 지능팀장이 대기하고 있었다.
“식사 제공이 이뤄졌다는 제보를 받고 왔습니다. 선거법 위반인지 확인이 필요하니 신분증을 제시해주십시오.” 전 계장과 손 팀장이 말하자 후보자 일행은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신분증을 달라는 거야” “각자 돈 내고 먹은 건데 뭐가 잘못이냐”고 반발했다. 몇 분간 실랑이 끝에 겨우 이들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기자가 체험한 선관위 부정선거감시단은 지난달 2일 발족해 전국적으로 7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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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