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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쇼크’ 日기업 환차손에 울상

입력 | 2010-05-28 03:00:00

2008년 금융위기땐 달러 하락… 올해 유럽위기로 유로 하락…





엔-유로 환율 9년래 최저치
1 엔 내릴때 20억~30억엔 손해
3국 우회생산서 돌파구 찾아


2008년 말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달러 가치가 급락해 타격을 입었던 일본경제가 올해는 그리스발 재정위기로 유로 가치가 폭락함에 따라 쇼크에 빠졌다. 엔화가 달러나 유로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지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해 일본 수출기업들의 수출채산성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엔고’로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자국 내 수출 비중을 줄이는 등 환리스크 줄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 엔-유로 환율 한 달새 16.55엔 하락


26일 도쿄 외환시장은 심리적 공황에 빠졌다. 이날 엔-유로 환율이 유로당 109.27엔으로 2001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도 89.81로 마감해 심리적 저지선인 90달러가 허물어졌다. 특히 최근 그리스 등 유로권 국가들의 재정불안으로 엔-유로 환율이 급락했다. 지난달 26일 125.82엔이었던 환율이 한 달 동안 16.55엔이나 떨어진 것이다.

최근 2009 회계연도 실적발표에서 실적이 개선되는 듯했던 일본 수출 기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소니, 도시바 등 전기전자업체와 캐논, 리코 등 사무용 정밀기기 업체일수록 타격이 심각하다. 닛케이비즈니스 최신호에 따르면 일본 전기전자업체들은 유로 대비 엔화 가치가 1엔씩 오를 때마다 평균 20억∼30억 엔의 환차손을 입는다. 같은 양의 물건을 수출하고도 환율이 떨어져 앉아서 돈을 까먹는 셈이다. 올해 엔-유로 환율 전망을 120엔대로 설정한 기업이 대부분임을 감안하면 이미 200억∼300억 엔의 환손실이 발생했다.

○ 수출전략 선회로 탈출구 모색


지난해 달러 가치 급락으로 먼저 매를 맞은 일본 자동차업계는 생산체제 재편으로 환리스크 파도를 넘는다는 복안이다. 자국 내 생산의 절반을 해외로 수출해 오던 기존 전략을 바꿔 인도 태국 등 동남아 현지에서 생산해 직접 유럽이나 중국 등 제3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달러나 유로로 거래하기 때문에 환율 등락에 따라 영업이익이 춤을 추는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도요타는 그동안 자국에서 생산해 중동과 호주로 수출해 온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을 다음 달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의 주요 부품을 해외공장에서 역수입하기도 한다. 도요타는 이미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공장에서 생산한 엔진 등 주요 부품을 일본으로 들여와 완성차로 조립해 수출하고 있다. 또 닛산은 올해부터 태국에서 들여오는 부품을 지난해의 2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환리스크를 줄여 수출 채산성을 맞추겠다는 이 같은 전략이 자칫 브랜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