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시간강사, 대통령에 유서 월수입 100만원에 불과… 교수채용-논문대필 비리 폭로 조선대, 진상조사위 구성
27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영락공원. 10년째 대학 시간강사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모 씨(45)의 부인(45)이 한 줌의 재로 변한 남편의 유골함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부인은 “누가 당신을 이렇게 만들었어요”라며 울부짖었다. 서 씨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던 형(52)은 “동생은 상납할 돈이 없어 교수가 되지 못했다. 동생이 너무 불쌍하다”며 울먹였다. 서 씨는 25일 교수를 하려면 1억 원을 내야 한다는 제의를 받았다는 유서를 남기고 광주 서구 화정동 자신의 집 안방에서 연탄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 씨는 교수 자리를 둘러싼 돈 사슬을 죽음으로 고발했다.
○ “교수 되려면 1억 내라고 했다”
광주 조선대 시간강사였던 서 씨는 교수 채용 과정에서 돈이 오가고 논문 대필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친필 유서 5장을 남겼다. 서 씨는 ‘이명박 대통령님께’라고 쓴 유서에서 “교수 한 마리(한 자리)가 1억5000, 3억이라는군요. 저는 두 번 제의를 받았습니다. 대략 2년 전 전남의 한 사립대에서 6000만 원, 두 달 전 경기도의 한 사립대에서 1억 원을 요구 받았습니다”라고 밝혔다.
○ 돈으로 사고파는 교수직
서 씨는 1993년 서울 모 사립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뒤 광주로 와 영어학원을 운영했다. 그는 조선대에서 1997년과 2002년에 각각 영어영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 씨는 시간강사를 하면서 8년간 20여 차례 각 대학 교수직에 응모했다. 대부분 2, 3차 전형까지 합격했지만 최종 전형에서 탈락했다. 동료 시간강사인 김모 씨(46)는 “서 씨는 음운론 분야에서 최고 실력자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임용의 벽은 높았다”고 전했다. 동료 시간강사들은 “교수 자리를 놓고 일부 서울 소재 대학은 5억 원, 경기도 소재 대학은 3억 원, 지방대는 1억 원, 교육여건이 나쁜 2년제 지방대학은 수천 만 원을 요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규모가 큰 대학은 교수 공모에 앞서 채용할 사람을 내정하고 그 과정에서 돈 상납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서 씨는 대학 강의를 여러 곳에서 했지만 월수입은 100여만 원에 불과했다. 서 씨의 부인은 대학 4학년인 아들과 재수생인 딸을 가르치기 위해 식당 일을 했다. 서 씨는 유서에서 부인에게 “사는 것이 고난의 연속이었기에 언젠가 교수가 되는 그날에 당신에게 모든 것을 용서받고 빌고 싶었다. 하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서 씨의 형은 “대학사회의 병폐를 알리고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유서를 청와대와 국가인권위원회에 보내겠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