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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시장 요동칠수록 기본에 집중하는 게 좋다

입력 | 2010-05-28 03:00:00


월드컵이 며칠 남지 않았다. 거리엔 벌써 열기가 가득하다. 동네축구조차 한번 해 보지 않은 이들도 월드컵에는 열광한다. 축구만이 갖고 있는 야성미와 박진감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드컵과 증시의 인연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지난 다섯 번의 월드컵이 열리던 해에 증시는 별로 재미를 못 봤다. 상승한 해도 있지만 직전 연도보다 상승세가 떨어진다. 최근 두 번의 월드컵을 보면 2002년 월드컵에는 9.7% 하락했고 2006년 증시는 겨우 4% 올랐을 정도다.

더구나 올해는 첩첩산중이다. 남유럽 재정위기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없고 북한 문제까지 겹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는 물론이고 심지어 제2의 금융위기설도 나온다. 금융위기 이후 놀랄 정도로 빠른 경기회복세에 슬며시 목소리를 낮추었던 비관론자들이 힘을 받기 시작한다. 사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사태가 예사롭지 않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유럽사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결함이기 때문에 부실채권 매수나 통화의 공급만으로 호전되기 힘들다는 것쯤은 이해할 수 있다. 또 남북문제도 려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 우선 유럽 사태는 사실 벌거벗은 임금님의 우화와 비슷하다. 유럽은 지난 20년간 경제성장 수준을 넘는 과도한 복지정책을 써왔다. 시한폭탄임을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정치적 문제로 외면해 왔을 뿐이다. 지금의 재정위기 사태는 묵혀 왔던 문제가 터진 것에 불과하다.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유럽 각국 정부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줄이는 작업을 시작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발전이다. 일부에선 유럽의 긴축정책이 경기회복세를 늦출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어차피 정부의 힘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 와중에 민간 부문이 견조하게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공포에 사로잡힐 이유가 없다.

북한 문제 역시 지난 60년간 벌어졌던 수많은 사건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 1980년대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옛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부를 정도로 대결 국면이 심각했다. 하지만 양측은 결국 극적으로 무기 감축에 합의했고 소련은 붕괴됐다.

우스갯소리로 ‘동네축구 하듯 한다’는 말이 있다. 공만 따라다니면서 헛발질만 하는 모습을 말한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장만 쳐다보며 걱정만 하는 것은 공만 따라다니는 꼴이다. 시장이 혼미하고 변수가 많을수록 주목해야 하는 본질은 단순하다. 바로 기업의 기본가치다. 축구에서 골을 먹을 때는 공을 놓쳤을 때가 아니라 선수를 놓쳤을 때다.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른’ 시장에 주목하는 것보다는 기업의 본질가치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낭패를 피할 수 있는 길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