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국의 아마존 킨들을 꿈꾼다 - 인터파크 비스킷

입력 | 2010-05-28 18:06:13


종이에 인쇄된 책이 아닌 파일 형태의 책을 e북(eBook, 전자책)이라고 하며, 들고 다니면서 e북을 읽을 수 있도록 제작된 전용 단말기를 e북 리더(eBook Reader)라고 한다. 국내에 출시된 e북 리더는 삼성전자의 SNE-60, 아이리버의 스토리, 북큐브의 B-612 등 5~6종 정도 되지만, 아직까지 미국의 아마존 킨들처럼 성공한 예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킨들은 ‘아마존’이라는 거대한 인터넷 서점에서 출시된 제품이었고, 그 덕분에 출시 초반부터 이용할 수 있는 e북 콘텐츠가 많았다. 킨들의 성공의 원동력은 콘텐츠의 풍부함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는 아마존만큼 풍부한 e북 콘텐츠를 갖춘 곳이 아직은 없다. 그나마 근시일 내에 많은 e북 콘텐츠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곳은 2군데. 삼성전자의 SNE-60을 밀고 있는 텍스토어와 비스킷(biscuit)이라는 자체 e북을 선보인 인터파크다(북토피아가 그나마 국내에서 가장 많은 e북 콘텐츠를 확보한 e북 전문 온라인 서점이었는데, 지난 5월 3일 공개 매각에 들어갔다).

인터파크에서 대대적으로 밀고 있는 e북 리더, 비스킷


그리고 제품 출시 형태만 놓고 보면 e북 리더 중 인터파크의 비스킷이 아마존 킨들에 가장 가깝다. e북 리더(제품)를 만드는 업체가 아니라, e북(콘텐츠)을 판매하는 업체에서 주도하여 만든 제품이니까 말이다. 앞으로 과연 어떤 제품이 한국형 킨들로 자리 잡을 것인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결과는 시간의 흐름에 맡겨두기로 하고, 지금은 콘텐츠 수급 가능성과 제품 출시 형태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아마존 킨들에 가장 근접한 인터파크의 비스킷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비스킷 안에 넣을 수 있는 e북은 몇 권?

e북은 종이책을 파일 형태로 만든 것이기에 ‘데이터를 저장할 공간만 있으면’ 몇백 권, 몇천 권이라도 보관할 수 있다. 인터파크 비스킷은 4GB 용량을 지원하는데, 이 중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은 2.7GB다(OS, 사전, 읽어주기 음성 데이터, 폰트 등이 1.3GB를 차지하고 있다).

본체의 설정 화면에서도 2.7GB로 표기된다


인터파크 측의 말에 따르면 약 3,000권의 책을 담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텍스트 위주로 된 일반적인 책만 담을 때의 이야기인 듯싶다. 현재 인터파크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e북들을 살펴본 결과, 소설이나 자기계발서 등과 같은 텍스트 위주의 e북은 1권당 1.5~2MB에 불과한 반면, 만화나 요리책과 같이 이미지가 많이 들어가는 e북은 30~40MB가량의 용량을 나타냈다(파일 형식 epub 기준).

그러니까 텍스트 위주의 e북만 넣으면 1,350~1,800권, 이미지가 많은 e북만 넣으면 67~90권 정도 들어간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모든 e북 콘텐츠가 같은 용량일 리 만무하므로, 경우에 따라 3,000권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만화책 100권이 안 들어간다는 게 좀 아쉽기는 했지만, 만화만 보기 위해서 e북 리더를 구매할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개인적으로 만화를 매우 좋아해서 e북으로 몇 권 받아봤지만, 만화책은 역시 손가락에 침 발라가며 넘기는 게 더 좋더라).

빨간 테두리 안의 것이 이미지가 많이 들어 있는 e북 콘텐츠다


또한, 1,000권이 넘는 책을 들고 다녀봤자 실시간으로 동시에 다 볼 거 아니라면 별로 의미는 없다. 인터파크에서 구매한 도서는 최대 6회까지 다운로드할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보고 싶어지면 다시 다운받으면 된다. 물론 다 본 책이나 소장하고 있다가 두고두고 볼 책 같은 건 내 PC에도 백업해둘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저작권과 불법 공유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서 취한 정책인 것 같다.

비스킷, 얼마나 책다운가?

어쨌거나 몇 권의 책이 들어가는가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읽기 편한가 하는 점이다. e북 리더는 책을 보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지고 다니면서 책을 읽기 위한 것이니까 말이다. 비스킷의 디스플레이는 e 잉크(자세한 내용은 하단의 유용한 기사를 참조하자)로, 2~3시간 이상 연속으로 화면을 바라봐도 눈에 피로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소설책 단행본을 보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피로감이었다고나 할까. 비스킷의 e 잉크 디스플레이는 기본 8단계, 최대 16단계 그레이스케일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하는데, 배경에도 회색이 돌아서 그런지 일반적인 책보다는 신문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런데 사실 비스킷의 가장 ‘책다운’ 부분은 ‘밝은 곳에서 잘 보이고, 어두운 곳에서 안 보인다’는 것인데, 이는 e 잉크 디스플레이에 (백라이트 같은) 자체 광원이 없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어두운 곳에서 책 보면 눈 나빠진다고 하지 않았나. e 북 리더도 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자.

텍스트 위주의 e북 보기

비스킷의 전체 사이즈는 124x200.5x10.7mm인데, 디스플레이 영역만 놓고 보면 ‘샘터’, ‘좋은 생각’과 같은 작은 책의 1/2 수준이라고나 할까. 화면이 그리 크지는 않다. 하지만 비스킷을 사용하면서 화면이 작아서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는 책 1페이지를 무조건 한 화면에 다 보이게 한 것이 아니라, 텍스트의 크기와 양에 따라 페이지 수가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단, 텍스트 위주의 epub과 신문 콘텐츠에만 해당). 비스킷에는 화면에 표시되는 글자의 크기(4단계)와 종류(명조/고딕)를 바꿀 수 있는 메뉴가 존재하며, 글자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한 화면에 표시되는 텍스트의 양이 바뀐다.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지만, 그래도 사용자가 자신이 보기 편한 화면 상태로 만드는 데에는 충분한 수준이다.

참고로 텍스트 형식의 e북을 보는 도중에만 글자 크기와 종류 선택할 수 있으며, 신문을 볼 때에는 변경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존에 선택해놓은 글자 크기와 종류가 신문 볼 때도 그대로 적용되므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폰트 크기에 따라 1페이지에 나오는 텍스트의 양이 달라진다


실제로 비스킷을 만져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e북 리더는 젊은 사람들만 쓸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접해보니 디스플레이가 눈에 부담이 별로 없는 데다가, 책과는 달리 글자 크기를 키울 수도 있기 때문에 작은 글씨를 읽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도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e북 콘텐츠를 직접 넣고 조작하는 건 어려워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부분은 옆에서 도와드리면 되지 않을까).

큰 글씨로 설정한 경우, 화면을 가로로 전환하는 것이 더 보기 편했다


일반적인 책처럼 자신이 보던 부분에 책갈피를 등록하여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으며, 필요한 문장에는 메모도 가능하다. 책을 보던 중간에 목차를 불러내어 원하는 항목으로 바로 이동할 수도 있다. 비스킷에는 3개의 사전(국어, 영한, 한영)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잘 모르는 단어 위에 커서를 이동시키면 해당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 밖에도 텍스트의 내용을 읽어주는 기능도 지원한다(한글과 영어만 가능).

이미지 위주의 e북 보기
텍스트 위주의 e북을 볼 때는 불편한 점이 별로 없었지만, 이미지 위주의 e북을 볼 때는 약간 아쉬움이 남았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e북은 크게 2가지로, 하나는 만화고, 또 다른 하나는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야(요리책과 같은 실용서)의 책이다.

만화 epub 파일은 한 페이지가 한 장의 이미지 파일로 되어 있다. 원본 판형이 작은 만화(소년만화, 일본만화)를 볼 때는 크게 이상한 점을 못 느꼈지만, 원본 판형이 큰 만화(일부 순정만화)를 볼 때는 텍스트가 너무 작아서 읽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물론 이건 비스킷의 문제라기보다는 콘텐츠 자체의 문제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원본 판형이 큰 일부 만화에서는 대사를 읽기 어려운 경우도…


비스킷에서는 이미지 위에 커서를 옮긴 후 엔터 버튼을 누르면 해당 이미지를 확대해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텍스트 사이에 들어 있는 이미지에만 적용되는 기능이고, 한 페이지가 그냥 이미지 파일 하나로 되어 있는 만화는 이미지 위로 커서를 옮길 수 없기 때문에 확대할 수 없다. 그리고 사실 확대할 수 있다고 해도, 출판사 측에서 원본을 고해상도로 스캔 받지 않았다면 확대해도 이미지가 깨져 보일 것이다. 어차피 e북 리더는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를 보는 것이 주목적이지, 만화 보는 게 주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모든 만화가 다 보기 불편한 것도 아니고…).

또한 요리책과 같이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야의 책 역시 e북 리더와는 살짝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최소한 사진에서 먹음직스럽게 보여야 만들고 싶은 마음도 생길 것 아니겠는가. 모든 것을 흑백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e 잉크 디스플레이이기에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니,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책이 보고 싶다면 그냥 마음을 비우고 종이에 인쇄된 걸로 구매하는 것이 낫겠다.

흑백 쿠키…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



비스킷에 콘텐츠 채우는 방법은?

비스킷을 처음 켜면 사용자 매뉴얼 말고는 아무런 콘텐츠도 담겨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일단 자신이 읽고자 하는 e북 콘텐츠를 비스킷 안에 넣어야만 제대로 된 e북 리더의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비스킷에서 지원하는 파일 형식은 epub이며, 기본적으로는 인터파크 쇼핑몰에서 e북 콘텐츠를 구매해야 한다. 현재(2010년 5월)는 비스킷을 구매하면 50권의 e북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으며, 좋은생각/ 행복한 동행/ 샘터 6개월 무료 구독도 가능하다(언제까지 이 이벤트가 진행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e북 콘텐츠를 구매, 비스킷에 넣는 방법은 크게 2가지. 하나는 비스킷 매니저라는 전용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스킷에서 직접 다운받는 것이다. 비스킷 매니저는 인터파크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데, 이를 실행시킨 후 미니 USB 케이블로 PC와 비스킷을 연결하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인터파크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자신이 구매한 e북 콘텐츠 리스트가 화면에 표시되고, 원하는 것을 선택하여 비스킷으로 옮기면 비스킷 본체에서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된다. 비스킷 매니저를 이용하면 PC에 저장되어 있는 다른 데이터도 비스킷으로 옮길 수 있는데, 비스킷은 epub/ 어도비 PDF/ MS 오피스(doc, docx, ppt, xls, xlsx)/ txt와 같은 문서 파일과 bmp, jpg, gif, png와 같은 이미지 파일, 그리고 mp3 음원 파일을 지원한다. epub은 내 서재 항목에, 나머지는 내 보관함의 각 폴더(문서, 이미지, 음악)에 넣어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비스킷 매니저를 이용하면 인터파크에서 다운로드받은 콘텐츠뿐만 아니라, 내 PC안에 있는 epub, txt, ppt 등의 파일을 비스킷에 넣을 수 있다


비스킷 매니저를 이용하지 않고, 그냥 비스킷 본체에서 콘텐츠를 다운받으려면 홈 화면에서 인터파크 스토어를 선택하면 된다. 비스킷은 와이파이 무선 인터넷 방식이 아니라 LG텔레콤의 3G망을 이용하여 접속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든 스토어 접속, 콘텐츠 구매/ 다운로드할 수 있다. 3G망 이용요금은 인터파크 측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무료 사용이 가능하다. 다운로드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e북 콘텐츠의 용량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그럭저럭 쓸만하다. 지하철 타고 가는 도중 책을 다 읽어버려서 남은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자버린 경험이 있다면 이 기능이 마음에 들 것이다. 단, 비스킷 본체에서는 무조건 인터파크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콘텐츠만 구매 혹은 다운로드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비스킷 본체에서 3G망을 이용해 인터파크 스토어에 접속한 모습


참고로, 인터파크 스토어에서는 국민일보,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세계일보를 비롯한 10개의 신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신문들은 한번 구독하여 다운로드받으면 매일 아침마다 그 날의 신문으로 자동으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3G망 이용).

비스킷, 조작은 편리한가?

조작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모든 제품이 그러하듯이 사용에 익숙해지면 별로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익숙해지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느냐가 관건이다. 비스킷의 디스플레이 영역 하단에는 키패드가 배치되어 있는데, 오로지 이 키패드만 가지고 모든 것을 조작해야 한다. 평소 터치스크린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터치폰과 아이팟터치를 사용한다), 한동안은 나도 모르게 화면을 터치하곤 했다. 터치스크린이었으면 참 좋았겠지만, e 잉크 디스플레이에서 터치스크린을 바란다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인 상황(아마 터치스크린이었다면 아이폰, 아이팟터치 수준의 터치감이 안 나온다는 불평을 하지 않았을까?). 그냥 비스킷의 조작방식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그러나….

터치로 항목을 선택하기 좋게 생겼지만 아쉽게도 터치스크린 방식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비스킷을 사용하면서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NEXT 버튼을 키패드 좌우에 하나씩 배치했다는 점이었다. 왼쪽에 달린 NEXT 버튼이나, 오른쪽에 달린 NEXT 버튼이나 기능은 같다. 다음 페이지로 넘기는 것. 사용 초기에는 나도 모르게 자꾸 왼쪽 버튼을 눌러 이전 페이지로 돌아가려고 하는 일이 많았다. 배치상, 왼쪽 NEXT 버튼은 이전 페이지, 오른쪽 NEXT 버튼은 다음 페이지로 넘기게 하는 게 좀 더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오른손으로 잡든 왼손으로 잡든 양손으로 잡든 간에, 다음 페이지로 넘기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하려고 이렇게 배치했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이렇게 하기보다는 설정에서 오른손잡이, 왼손잡이 모드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NEXT 버튼의 배치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이전 페이지로 돌아가는 PREV 버튼은 NEXT 버튼의 절반 사이즈인데다가 왼쪽에만 달려, 비스킷을 오른손에 들고 있으면서 왼손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손을 바꾸거나 비스킷을 어딘가에 내려놓지 않는 이상 해당 버튼을 누르기 어렵다. 그리고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모두 편하게 사용하게 하려고 했으면 PREV 버튼도 양쪽에 달았어야 하는 게 아닐까? 키패드 구성을 왜 이렇게 했는지는 살짝 이해되지 않는다.

원하는 책이나 메뉴를 찾고 선택하는 등의 기본적인 조작은 ‘상하좌우 버튼으로 원하는 항목을 선택하고 엔터 버튼을 눌러 결정’하면 된다. 대부분의 조작이 이 방식을 기반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굳이 토를 달자면, 상하좌우와 엔터는 자주 쓰는 버튼인 만큼 다른 버튼보다 조금 더 크게 만들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 하지만 NEXT 버튼처럼 사용하는데 특별히 거슬리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그냥 넘어가자.

추가적인 기능을 사용하고자 할 때는 MENU 버튼을 누르면 된다


단, 비스킷에서 그 어떤 조작을 하든 간에 조작 결과가 화면에 반영되기까지 2~3초가량의 시간이 걸린다(페이지 넘기기, 다른 메뉴로 이동, 커서 옮기기 등). 사용 초기에는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익숙해지면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게 된다. 이렇게 반응이 느린 것은 e 잉크 디스플레이 자체의 문제이며, e 잉크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기기 중에서 비스킷의 반응은 빠른 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다른 기기를 직접 접해보지는 못했으니 정말 어떤지는…).

비스킷, 가지고 다니기 좋은가?


비스킷의 무게는 300g에 불과하고 크기도 아담해서 가지고 다니는 데 부담이 없었다. 직접 확인해보지 않는 한 가방에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도 잘 모를 정도이며, 한 손으로 들고 1시간 이상 콘텐츠를 봐도 크게 힘들지 않았다. MP3 파일 재생도 가능하므로 평소에 MP3와 책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비스킷 하나로 간소화할 수 있겠다(MP3 20곡 정도를 넣고 들어봤는데 의외로 음질이 괜찮은 편이었다).

비슷한 크기의 종이책보다는 무겁지만, 그래도 가지고 다니는 데 부담스러운 무게는 아니다


참고로, 기본 구성품에 파우치가 포함되어 있다고는 하는데, 리뷰용 제품 구성에서는 빠져 있었기 때문에 파우치가 어떤지는 확인할 바가 없다. 스트랩을 걸 수 있는 고리는 마련되어 있으나, 손목에 걸어서 낙하 방지용으로 사용할만한 핸드 스트랩은 시중에서 쉽게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핸드 스트랩도 기본 구성품으로 넣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본체는 디스플레이 영역을 제외하고 모두 하얀색 플라스틱으로 덮여 있는데, 앞면은 무광이고 뒷면은 하이그로시 코팅으로 처리되어 있다. 앞면의 흰색 부분이 마치 책의 여백 부분처럼 생겨 ‘책 읽는 ‘맛’을 살려준다. 그런데 아무래도 전체가 흰색이다 보니 오랜 기간 사용하면 손때로 인해 누렇게 뜨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살짝 들긴 하더라. 따라서 사용자가 평소에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누렇게 변색되면 ‘오래된 책’의 느낌이 날지도?).

성인 여자가 한 손으로 들었을 때 이 정도


e 잉크 디스플레이는 기본적으로 화면을 전환할 때만 배터리를 소모한다고 한다. 최초에 완전 충전을 한 다음, 하루 1시간씩 1주일 동안 사용해보았는데 배터리가 절반 정도 소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책을 빨리 읽는 사람은 더 빨리 배터리가 소모될 것이고, 책을 천천히 읽는 사람은 더 장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3G망 접속 시에는 추가적인 배터리 소모가 있을 터이니 여기에 대해서 더 긴 얘기는 하지 않겠다. 참고로 인터파크에서는 9,000 페이지를 조회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출시 행사에서는 7,000 페이지라고 했는데, 인터파크 비스킷 상품 설명 페이지엔 9,000 페이지라고 되어 있다. 커서 한번 이동시킬 때에도 배터리가 소모되므로 ‘실제’로 볼 수 있는 페이지 수는 더 적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한번 충전하면 한동안은 충전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비스킷, 기기는 합격점. 그러나…
며칠 동안 비스킷을 사용해본 결과, e북 리더로서 평균 이상의 성능을 가지고 있는 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것은 바로 e북 콘텐츠 자체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현재 인터파크에서 판매되고 있는 e북 콘텐츠는 약 2만여 개에 불과하다(유료, 무료 포함). 인터파크 측에서는 앞으로 계속 e북 콘텐츠를 늘려갈 것이라고 했지만(참고로, 인터파크INT의 이상규 대표는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연내 10만 종의 콘텐츠를 확보하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현재 시점만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콘텐츠의 양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최신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최신 디지털 기기인 e북을 사서 나온 지 오래된 책만 읽어야 한다? 이 무슨 모순이란 말인가.

문학 분야의 e북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 분야는 콘텐츠가 한참 부족하다


그리고 e북 콘텐츠의 가격도 문제다. 현재 대부분의 e북 콘텐츠는 종이책의 40~60% 정도의 가격을 받고 있는데, 콘텐츠 제조 비용(인쇄비, 제본비, 편집비, 유통비 등등)이 종이책에 비해 현저하게 적게 들어가는 e북 콘텐츠의 가격치고는 좀 비싼 게 아닌가 싶다(만드는 입장의 수고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차피 e북용으로만 만든 것도 아니고 종이책 만든 데이터를 가지고 컨버팅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약간만 더 저렴해졌으면 좋겠다는 것뿐…). 특히 나온 지 오래된 책은 종이책도 정가의 40~60%에 판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만큼 좀 더 억울하다는 느낌이 든다.

종이책과 e북이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이 책의 경우, e북 가격은 6,000원. 종이책 가격은 10,800원이다


아무튼, 다시 한번 정리하자. 비스킷은 그럭저럭 괜찮은 성능을 가지고 있는 e북 리더로, 약간의 적응 기간만 거치면 큰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스타트는 괜찮은 편이다. e북 콘텐츠의 확보만 제대로 된다면 인터파크의 비스킷이 진정한 ‘한국의 아마존 킨들’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인터파크는 풍부한 e북 콘텐츠를 확보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업체이기도 하다. 과연 인터파크 비스킷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나갈지 자못 기대가 되는 바이다. 

글 / IT동아 박민영(biaret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