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의 장점 따라한다고누구나 1등 되지는 않아고정관념 벗어난 전략이성공할 확률 더 높아다 름-의외성 추구하라
1990년대 세계 남자 테니스계의 1인자로 군림했던 피트 샘프러스는 대포알 서브로 유명했다. 그가 테니스계를 지배하는 동안 비슷한 유형의 선수가 쏟아져 나왔다. 그레그 루세드스키나 마크 필리포시스처럼 서브 자체가 샘프러스보다 빠른 선수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무대 뒤로 사라진 이들을 지금은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필리포시스는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중년 여성과 데이트하는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출연자로 나와 테니스 팬들에게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들은 왜 실패했을까. 서브는 따라 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샘프러스의 완벽한 발리, 강력한 스트로크 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샘프러스의 상징은 대포알 서브지만 그 서브만 따라 한다고 누구나 샘프러스가 되는 건 아니었다.
현재 세계 1위인 로저 페데러는 테니스 역사상 가장 우수한 선수다. 그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우아하고 간결한 동작으로 위닝 샷을 상대방의 코트에 꽂는다. 앤디 로딕, 레이턴 휴잇 등 그의 경쟁자들은 페데러와 자신을 비교하며 결점 보완에 나섰지만 아무도 당해 내지 못했다.
페데러를 침몰시킨 선수는 라파엘 나달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었다. 나달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테니스 역사를 스쳐간 여러 스페인 선수와 마찬가지로 나달도 클레이코트 전문 선수라고 여겼다. 서브는 강력하지 않았고 기술도 어설펐다. 가진 건 오직 튼튼한 다리와 무지막지한 힘을 바탕으로 한 끈질긴 수비 능력뿐이었다. 상대 선수가 어떤 샷을 날려도 가공할 만한 코트 커버 능력으로 이를 미친 듯 걷어내다 보면 상대방이 제풀에 지쳐 실수를 범할 때 포인트를 따는 식이었다. 한마디로 효율성이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테니스였다.
가장 위대한 결승전으로 불리는 2008년 윔블던 남자단식 결승전이 벌어졌을 때 국내 한 방송사의 해설위원은 노골적으로 페데러 편을 들었다. 그는 “나달의 샷이 지저분하고, 스윙은 거북하다”고 말해 논란을 낳았다. 감독 출신인 이 해설자에게 나달은 이해하기 어려운 선수였을지 모른다. 자신이 아는 모든 가치관과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달이 페데러처럼 극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아름다운 테니스를 구사했더라면 지금의 자리에 섰을까? 정석이 아니고, 아름답거나 효율적이지도 않으며, 부상 위험까지 높지만 너무나 독창적인 플레이를 했기에 나달은 세계 최고가 됐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1등의 전략을 답습한다고 모두 1등이 되는 건 아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전략을 세울 때 성공 확률은 더 높아진다. 개선과 보완은 산업화 시대의 화두다.
하정민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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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를 지양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인 경영진에게 충분한 권한을 줘서 의사결정 체계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경영 환경을 예측하는 일이 극도로 힘든 곳이다. 따라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경영 계획을 수립하는 일도 필요하다. 곽동원 AT커니 파트너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전략 수립 방법론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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