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DBR칼럼]나달이 페데러를 잡은 비결

입력 | 2010-05-29 03:00:00

1등의 장점 따라한다고
누구나 1등 되지는 않아
고정관념 벗어난 전략이
성공할 확률 더 높아
다 름-의외성 추구하라





1990년대 세계 남자 테니스계의 1인자로 군림했던 피트 샘프러스는 대포알 서브로 유명했다. 그가 테니스계를 지배하는 동안 비슷한 유형의 선수가 쏟아져 나왔다. 그레그 루세드스키나 마크 필리포시스처럼 서브 자체가 샘프러스보다 빠른 선수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무대 뒤로 사라진 이들을 지금은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필리포시스는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중년 여성과 데이트하는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출연자로 나와 테니스 팬들에게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들은 왜 실패했을까. 서브는 따라 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샘프러스의 완벽한 발리, 강력한 스트로크 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샘프러스의 상징은 대포알 서브지만 그 서브만 따라 한다고 누구나 샘프러스가 되는 건 아니었다.

현재 세계 1위인 로저 페데러는 테니스 역사상 가장 우수한 선수다. 그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우아하고 간결한 동작으로 위닝 샷을 상대방의 코트에 꽂는다. 앤디 로딕, 레이턴 휴잇 등 그의 경쟁자들은 페데러와 자신을 비교하며 결점 보완에 나섰지만 아무도 당해 내지 못했다.

페데러를 침몰시킨 선수는 라파엘 나달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었다. 나달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테니스 역사를 스쳐간 여러 스페인 선수와 마찬가지로 나달도 클레이코트 전문 선수라고 여겼다. 서브는 강력하지 않았고 기술도 어설펐다. 가진 건 오직 튼튼한 다리와 무지막지한 힘을 바탕으로 한 끈질긴 수비 능력뿐이었다. 상대 선수가 어떤 샷을 날려도 가공할 만한 코트 커버 능력으로 이를 미친 듯 걷어내다 보면 상대방이 제풀에 지쳐 실수를 범할 때 포인트를 따는 식이었다. 한마디로 효율성이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테니스였다.

가장 위대한 결승전으로 불리는 2008년 윔블던 남자단식 결승전이 벌어졌을 때 국내 한 방송사의 해설위원은 노골적으로 페데러 편을 들었다. 그는 “나달의 샷이 지저분하고, 스윙은 거북하다”고 말해 논란을 낳았다. 감독 출신인 이 해설자에게 나달은 이해하기 어려운 선수였을지 모른다. 자신이 아는 모든 가치관과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달이 페데러처럼 극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아름다운 테니스를 구사했더라면 지금의 자리에 섰을까? 정석이 아니고, 아름답거나 효율적이지도 않으며, 부상 위험까지 높지만 너무나 독창적인 플레이를 했기에 나달은 세계 최고가 됐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1등의 전략을 답습한다고 모두 1등이 되는 건 아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전략을 세울 때 성공 확률은 더 높아진다. 개선과 보완은 산업화 시대의 화두다.

하정민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dew@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8호 (2010년 6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 Special Report /중국 진출 성공하려면? 전략 수립 A to Z

 

야심 차게 중국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드넓은 시장 규모에 비해 생각보다 성공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업종이 아닌 기능적인 역량 중심의 접근법을 택해야 한다. 중국 시장에서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마케팅, 연구개발(R&D), 생산 및 물류 효율성, 사후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 및 관리 등 기능적인 측면에서 자사의 역량을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 자사의 강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업종, 품목, 지역을 선정해야 한다. 관료적인 의사 결정 체계를 지양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인 경영진에게 충분한 권한을 줘서 의사결정 체계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경영 환경을 예측하는 일이 극도로 힘든 곳이다. 따라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경영 계획을 수립하는 일도 필요하다. 곽동원 AT커니 파트너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전략 수립 방법론을 설명한다.

▼ 정재승의 Money in the Brain / 기아차 K7 돌풍 뒤에는 ‘뉴로마케팅’ 있었네

 

기아자동차의 K7이 준대형 세단 시장의 절대 강자 그랜저의 판매대수를 능가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AIST의 정재승 교수는 K7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알파뉴메릭(alphanumeric)’ 방식의 작명법을 꼽는다. 지난해 4월 기아차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뇌영상 피험자를 모집했다. 소비자로부터 가장 긍정적인 뇌 반응을 유도하는 알파뉴메릭 이름을 찾기 위해서다. 한국인 100명, 외국인 100명을 합쳐 총 200명을 대상으로 아이 트랙킹(eyetracking),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 등을 이용해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피험자들의 뇌반응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알파벳은 K, T, N, Y, Z 등 5가지로 나타났다. 이 중 K에 행운을 의미하는 숫자 7이 조합돼 탄생한 K7에 대한 피험자들의 반응은 압도적이었다. 세대와 국적에 관계없이 강한 지지를 얻었다. 소비자의 뇌를 통해 소비자의 속내를 읽어야 하는 이유와 이를 응용한 마케팅 기법을 소개한다.

▼ 회계를 통해 본 세상 /기업 성과지표 ‘EVA’, 때론 사원 氣꺾는다

 

현재 한국 기업의 성과 평가 지표로 경제적 부가가치(EVA·Economic Value Added)가 널리 쓰이고 있다. 서울대 최종학 교수는 EVA가 총자산 순이익률(ROA·Returnon Asset), 자기자본 순 이익률(ROE·Return on Equity) 등에 비해 우수하지만 몇 가지 문제도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독과점 산업 및 성숙 산업에서는 특별한 노력 없이 선두 업체가 항상 높은 EVA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그룹 내 여러 계열사나 한 기업 내의 다른 사업부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모든 직원들이 잘나가는 계열사나 사업부에만 가려고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셋째, 경영자가 단기 EVA의 향상을 위해 장기 EVA의 가치를 하락시킬 위험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임원 성과 평가에는 재무성과 외에도 고객 만족도와 직원 몰입도 같은 비(非)재무 지표를 상당 부분 반영해야 한다. EVA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사용 방법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