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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WINE]국내 와인업계 최고의 파워 피플은?

입력 | 2010-05-29 03:00:00


세계 와인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누굴까. 영국의 와인 전문지 디켄터는 2005년부터 2년마다 와인 저널리스트와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와인업계의 ‘파워 50인’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많은 와인 애호가는 아마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파커 포인트’로 유명한 로버트 파커를 예상할 것이다. 하지만 세 번에 걸친 지난 발표에서 두 차례나 1위에 오른 인물은 미국의 주류전문 기업 ‘컨스털레이션’의 리처드 샌즈 회장이었다. 로버트 파커는 2007년 조사에서만 1위를 차지했다. 이때 잠시 2위로 밀려난 샌즈 회장은 2009년 조사에서 다시 1위를 탈환했다.

그리고 1위에 선정된 적은 없지만 매번 상위 5인의 명단에 꼬박꼬박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는 미국의 와인 유통 회사 ‘서던 와인 앤드 스피릿’의 멜 딕 사장이다. 2007년 발표 때만 해도 10위 정도에 머물렀던 영국의 유통 전문 기업 ‘테스코’와 미국의 ‘코스트코’의 와인 담당자는 2009년 조사에서 각각 5위와 6위를 차지했다. 와인 컨설턴트 미셸 롤랑의 경우 2005년에는 파워 피플 4위로 선정됐지만 2009년에는 17위까지 밀려났다. 영국의 와인 평론가 휴 존슨도 순위가 하락하는 추세다.

조사 결과를 보고 있으면 와인업계를 실제로 쥐고 흔드는 사람들은 외부에 많이 알려진 평론가나 최고 와인을 만든다고 알려진 이들이 아니다. 누가 더 큰 구매력을 갖고 있는지, 언제나 원하는 곳 어디에나 와인을 공급할 수 있는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지가 실세 조건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와인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은 누굴까? 아쉽게도 국내에선 이 질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어 언급할 만한 자료가 없다. 하지만 디켄터의 파워 피플 결과를 국내 상황에 적용해 보면 공통적으로 거론될 인물이 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파워는 와인업계에서도 독보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여러 재계 인사를 비롯해 유명인사들이 특정 와인과 함께 거론된 적이 있지만 ‘이건희 회장이 선물했다더라’라고 소개된 와인만큼 시장의 반응이 폭발적인 와인은 보지 못했다.

필자 주변에 있는 와인업계 관계자 및 와인 애호가 대다수가 이구동성으로 꼽는 국내 와인업계의 최고 파워 피플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신세계그룹의 현재 유통망에 더해 향후 대기업슈퍼마켓(SSM)이나 온라인몰의 주류 판매가 허용되면 정 부회장의 영향력은 국내에선 비교 대상이 없을 것이란 의견이 압도적이다. 정 부회장이 와인 애호가라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최근 동아일보 기사를 통해 그의 와인 취향을 알고 나서는 필자도 혀를 내둘렀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도멘 세실 트랑블레를 가격 대비 추천할 만한 와인으로 꼽은 바 있다. 이 정도라면 그의 와인 내공은 웬만한 애호가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 이번주 와인

샤펠-샹베르탱
도멘 세실 트랑블레


30대 초반의 세실 트랑블레는 이미 부르고뉴의 차세대 스타다. 외증조부의 사촌이 앙리 자이에이고 남편은 바이오다이내믹 농법 신봉자로 유명한 파스칼 모노다. 이 와인은 수령 50년의 피노 누아르로 만들었다. 큰 스케일 속에 느껴지는 섬세한 타닌의 터치가 마음을 빼앗는다. ‘알랭 뒤카스’를 비롯해 여러 미슐랭 스리스타 식당의 와인 리스트에서 그녀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