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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이번주의 책]한국의 ‘스티브 잡스’는 왜 안 나올까

입력 | 2010-05-29 03:00:00

◇ 아트컴퍼니/곤노 노보루 지음·유주현 옮김/348쪽·1만3800원·이콘




부서 간 공간 구분을 하지 않고, 직원들은 프로젝트에 따라 이동하며 일하도록 하는 등 일터의 혁신을 통해 창조 기업으로 변신한 덴마크의 보청기 회사 오티콘. 사진 제공 이콘

삼성전자, LG전자는 세계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 회사에는 왜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경영자가 나오지 않는 걸까. 반도체나 휴대전화 같은 일반 제품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몇 손가락 안에 들지만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우리나라 기업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상상력이 부족하고 창의력이 발휘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상력 없이 기존의 제조업 마인드로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제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상력과 창의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어제까지 서울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에서 ‘생각의 탄생’이란 베스트셀러의 저자인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예술은 21세기에 요구되는 창의적 상상력을 촉발한다”며 예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 기업에서도 언제부터인가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창조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기업인들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기업에서 일하는 기술자에게 예술을 가르치거나 예술을 전공한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도록 하면 상상력과 창의력이 길러지는 것일까.

저자는 창조경영이 강조되는 시대의 새로운 기업경영 모델로 아트컴퍼니를 제안한다. 이 책에서 아트컴퍼니란 지식을 디자인하는 기업이다. 제조업을 부정하거나 서비스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식 기반 위에서 제품을 만드는 일, 제품을 유지하면서 지식화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지식을 디자인하는 심미적인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 아트컴퍼니인가. 저자는 새로운 소비자들은 획일적인 글로벌 브랜드나 마케팅된 고급 브랜드를 바라지 않는다고 본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지역성이나 문화성, 특히 환경과 생태계를 중시한 인간 중심의 제조와 서비스라는 것이다. 소비자들과 함께 창조하며 새로운 사회적 지식과 사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구현해 가는 것이 아트컴퍼니의 사명이다.

아트컴퍼니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일까. 저자는 최고문화책임자(Chief Culture Officer)라는 직종을 신설해 계층이 없는 수평적 조직을 유지하는 임무를 부여하고, 사원들의 행복도를 조사 발표하는 구글을 비롯해 혁신 디자인의 대가인 애플, 눈에 보이지 않는 체험까지 매장에 담아내려 한 스타벅스, 영국에서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청소기 제조업체 다이슨 같은 기업을 사례로 소개한다.

저자는 우리와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아이팟 같은 독창적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왜 일본 가전기업에서는 탄생하지 않았는가. 대답도 우리와 비슷하다. 휴대전화에 이르러 일본 제조사들은 국내 시장에만 틀어박혀 여전히 ‘파라다이스 쇄국’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요소, 뿔뿔이 존재하는 지식을 네트워크화해서 종합하는 능력이 일본 기업에는 결여돼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기술과 디자인을 어떻게 ‘종합’할 것인가에 아트컴퍼니의 성패가 달려 있는 것 아닐까.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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