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한 유권자들에게 어필
‘가족’을 테마로 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참여’편 광고. 사진 제공 SK마케팅앤컴퍼니
‘임신한 아내는 아이를 낳고도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은 장사가 잘되길 바란다. 할아버지는 손자가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 꿈을 펼칠 수 있기를 소망하고 아버지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밤길이 안전했으면 한다. 우리가 가족을 생각하지 않는 날이 하루라도 있을까?’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참여’편 광고를 맡으며 잡았던 핵심 키워드는 ‘가족’이었다. 우리가 항상 생각하는 ‘가족’을 주제로 선거에 무심했던 유권자의 마음을 잡아보기로 했다.
생활 속에서 경험한 사례를 바탕으로 딸과 아내, 부모님 등 ‘나’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가족의 이야기가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아내가 바라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와 부모님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방선거는 ‘나’와 ‘내 가족’이 살고 있는 지역의 토대를 결정한다. 생활에 가장 밀접하고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선거다. 그래서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 봤을 육아, 경제, 치안 등 평범한 가정이 겪는 생활 속 이야기를 광고에 녹여내 유권자들의 공감대를 높이고자 했다. 이를 통해 유권자 스스로 투표 참여의 중요성을 깨닫고 투표장으로 향하는 강력한 동기를 만들고 싶었다.
광고 속 에피소드는 광고를 기획한 스태프의 실제 이야기다. 이제 갓 돌이 지난 아이가 있는 제작 스태프는 아이를 낳고도 부담 없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바랐다. 다른 스태프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가 어려움 없이 잘되길 소망했다. 여직원들은 안전한 퇴근길을 원했고, 제작팀 막내는 취업을 준비하며 겪었던 어려움을 호소하며 누구나 쉽게 취업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랐다. 모델들도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데 한몫했다.
임신부 역할 모델이 얇은 옷을 입고 추워하자 어머니 역할을 맡은 모델은 자신의 옷을 벗어 덮어줬다. 부부 역할을 맡은 모델들은 진짜 부부 못지않은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지나가는 행인이 촬영 중간에 쉬고 있는 이들을 보고 진짜 부부로 오해해 말을 걸었을 정도다. 광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최수종 하희라 씨 부부도 ‘가족’이라는 키워드에 잘 어울렸다. 아내를 배려하는 최 씨의 모습에 여성 스태프는 감탄했고, 남자 직원들은 최 씨를 ‘공공의 적’으로 여겼다. 성우의 목소리도 마치 가족이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형식을 취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 참여’ 광고는 지금까지의 다른 선거광고와는 다르게 우리의 생활을 언급하고 가족을 이야기한다. 투표는 ‘나와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번 광고는 선거광고의 새로운 실험이었다. 광고를 통해 투표율을 높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광고 역시 투표처럼 강제성이 없다. 하지만 광고는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설득의 힘을 갖고 있다. 이번 광고를 계기로 지방선거 투표율이 높은 수준을 기록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