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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권희]호모 컨버전스

입력 | 2010-05-29 03:00:00


2월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 m에서 올림픽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한 이승훈은 쇼트트랙 선수 출신으로 코너워크 능력이 뛰어나다. 그는 “쇼트트랙 기술을 활용해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못하는 주법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곡선구간에서 스피드를 높이고 직선주로에서는 편안하게 스케이팅 하는 방식이다. 그는 스피드스케이팅 기술과 쇼트트랙 기술의 컨버전스(convergence·융합)를 통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7개월 만에 올림픽 금메달의 기적을 일궈냈다.

▷컨버전스는 이종(異種) 간 접목이다. 여러 가지 기능을 모아 놓은 기기가 대표적인 제품 컨버전스다. 정보기술(IT)이나 모바일 기술을 자동차와 결합하는 것 같은 기술 컨버전스도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네트워크서비스 등 세 가지를 결합한 트라이버전스(trivergence·삼중융합)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휴대전화 MP3 게임기 TV 등을 하나로 통합하고 이를 가동하는 소프트웨어는 아주 싼 값에 공급하며 유지 보수하는 서비스 대가를 받는 방식이다. 어제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2010’에서는 스마트폰 하나로 비즈니스 쇼핑 학습을 모두 해결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국내 통신업계는 작년까지는 통신과 방송의 컨버전스인 인터넷TV(IPTV)에 매달리다가 올해는 컨버전스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SK텔레콤은 유통 물류 금융 교육 등 8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컨버전스 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KT가 현대자동차 롯데백화점 KTX 국민은행 농협 등 전혀 다른 산업과 제휴를 통해 만들어 내려는 것도 일종의 컨버전스다. LG텔레콤은 회사명에서 텔레콤이라는 글자를 빼고 LG유플러스로 바꾸기로 한 데 이어 미디어 교육 유틸리티 등 20여 건의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컨버전스 시대에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융합형 인간, ‘호모 컨버전스’가 뜨고 있다. 수리와 논리능력을 관장하는 좌뇌와 창의력을 관장하는 우뇌가 고루 발달한 사람이다. 주요 국가들이 융합형 인간을 길러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최고경영자도 융합형이 인기다. KAIST는 산업 간의 융합, 기존 산업과 IT의 융합, 경영과 보안의 융합 등 변화의 시대에 필요한 창조적 경영전략을 제시하는 컨버전스 최고경영자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