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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원자바오 회담]MB, 자료 직접 펼쳐보이며 “北소행” 역설

입력 | 2010-05-29 03:00:00

원 총리, 안경벗고 주시… 여러번 고개 끄덕
단독회담 시간 3배로 늘려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프레젠테이션 외교’를 펼쳤다. 이 대통령은 이날 원 총리와의 단독정상회담에서 천안함 사고원인 조사 보고서를 3쪽으로 요약한 자료를 펼쳐 보이며 북한 소행이 명백함을 역설했다고 한다.

이 요약본은 이 대통령이 26일 직접 지시해 만든 것이다. 천안함 침몰 과정, 북한의 무기 수출용 카탈로그에 나온 어뢰 정보 등이 포함됐다. 원 총리는 안경을 벗고 요약본을 상세히 들여다봤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설명이 끝난 뒤 중국어로 번역된 별도의 요약본을 원 총리에게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8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당시 정황을 담은 자료를 미리 준비해 제시한 적이 있다. 이동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 대통령은 원 총리를 설득하기 위해 여러 대목에서 강한 워딩(발언)을 구사했고 원 총리는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 총리는 이 대통령의 24일 대국민담화에 대해서도 ‘매우 절제되고 균형 잡힌 내용이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비전까지 담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단독회담은 오후 2시 45분에 시작해 30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4시 22분까지 거의 100분간 이어졌다. 이 때문에 직후 열린 확대정상회담이 45분에서 30분으로 줄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단독회담이 끝나고 두 정상이 환하게 웃으면서 나오는 것을 보고 ‘양측이 충분한 대화를 나눴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다. 확대회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이날 저녁 환영만찬 직전에도 예정에 없이 통역만 대동한 채 20여 분간 따로 환담했다. 만찬에서 원 총리는 “가까운 이웃은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서로 지지하고 협력해야 한다. 이번 회담은 우호적이고 솔직한 분위기 속에서 심도 있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만찬 메뉴는 궁중신선로, 한우 수육과 김치 등 한식이었고 오미자주를 곁들였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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