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총리, 안경벗고 주시… 여러번 고개 끄덕 단독회담 시간 3배로 늘려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프레젠테이션 외교’를 펼쳤다. 이 대통령은 이날 원 총리와의 단독정상회담에서 천안함 사고원인 조사 보고서를 3쪽으로 요약한 자료를 펼쳐 보이며 북한 소행이 명백함을 역설했다고 한다.
이 요약본은 이 대통령이 26일 직접 지시해 만든 것이다. 천안함 침몰 과정, 북한의 무기 수출용 카탈로그에 나온 어뢰 정보 등이 포함됐다. 원 총리는 안경을 벗고 요약본을 상세히 들여다봤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설명이 끝난 뒤 중국어로 번역된 별도의 요약본을 원 총리에게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8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당시 정황을 담은 자료를 미리 준비해 제시한 적이 있다. 이동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 대통령은 원 총리를 설득하기 위해 여러 대목에서 강한 워딩(발언)을 구사했고 원 총리는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 총리는 이 대통령의 24일 대국민담화에 대해서도 ‘매우 절제되고 균형 잡힌 내용이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비전까지 담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이날 저녁 환영만찬 직전에도 예정에 없이 통역만 대동한 채 20여 분간 따로 환담했다. 만찬에서 원 총리는 “가까운 이웃은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서로 지지하고 협력해야 한다. 이번 회담은 우호적이고 솔직한 분위기 속에서 심도 있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만찬 메뉴는 궁중신선로, 한우 수육과 김치 등 한식이었고 오미자주를 곁들였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