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태도변화 조짐
중립국까지 조사결과 인정
‘北감싸기’ 한계 인식한듯
혈맹 北 여전히 의식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
판단 시간적 여유 필요 시사
MB ‘한반도 평화’로 설득
“北잘못된 행동 응징해야
착각갖고 문제 안일으켜”
화기애애 이명박 대통령과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28일 단독회담에 이어 양국 관계자들이 배석한 확대회담을 갖고 있다. 확대회담은 당초 오후 3시 15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단독회담이 길어져 오후 4시 20분이 넘어서야 시작됐다. 안철민 기자
청와대에 따르면 원 총리가 단독 회담에서 밝힌 중국 정부의 대응 원칙은 △국제조사와 각국 반응을 중시하면서 사태의 시시비비를 가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해 입장을 결정할 것 △그 결과에 따라 누구도 비호하지 않을 것 △한국 정부가 적정하게 처리해 나가기를 희망하며 한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 등 크게 세 가지다.
혈맹 관계인 북한을 여전히 의식하면서도 주요 2개국(G2) 국가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와 ‘피해자’인 한국 정부의 태도를 감안한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
○ 중국, 신중 태도 견지 속 변화 조짐?
원 총리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 정부가 27일까지만 해도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조사와 이에 대한 각국의 반응을 ‘중시’한다는 원 총리의 발언은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원 총리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해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국제적 조사와 각국 반응을 중시하지만 중국 정부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섣불리 북한을 버리고 한국의 손을 들어줄 수는 없다는 중국 정부의 딜레마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중국이 시시비비의 결과에 따라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은 국제사회와 북한을 향한 나름대로의 고강도 메시지다.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는 것은 객관적 표현이긴 하지만 북한 소행이라는 확신이 들면 국제사회의 제재 노력을 적극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중국이 일관되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그 어떤 행위도 반대하고 규탄한다”며 ‘규탄’이라는 용어를 쓴 것도 북한 지도부에 대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삼가라는 간접 메시지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립 서비스’라는 분석도 있다. 원 총리가 분명하게 북한의 책임을 지적하거나 앞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중국에 바라는 수준의 태도 변화엔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따라서 중국이 실제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중국이) 입장을 바꾸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MB, “대북 제재 목적은 한반도 평화”
이 수석은 “(이 대통령이 강조한) 단호한 대응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잘못된 행동에 제대로 응징하지 않으면 북한이 잘못된 행동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착각을 갖고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국이 이번에 북한을 설득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북핵 6자회담에 대해 “회담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진정성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구체적인 자료와 팩트에 근거해 북한 소행임을 설명하면서 중국 측의 협조를 요청하자 원 총리는 “한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대답했다. 향후 실무진 간에 중국 전문가 파견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