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홈런 세리머니주자가 마운드 밟을때 등투수 자극하면 곧바로 ‘응징’한국서도 36차례 투수 퇴장
“이유가 뭐야!” 야구에서 불문율로 통하는 신사협정을 어기면 빈볼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빈볼을 던지는 쪽에서는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당하는 타자 입장에선 억울하고 열 받을 수밖에 없다. 넥센과의 경기에서 빈볼을 맞은 SK 나주환(가운데)이 마운드 쪽으로 뛰어가려 하자 포수 강귀태(왼쪽)와 주심이 말리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빈볼은 선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위협적인 것이다. 그래서 “지구에서 야구가 사라진다면 빈볼 때문일 것이다”란 말도 있다. 하지만 지켜야 할 선을 넘으면 필요악처럼 어김없이 날아드는 게 빈볼이다.
어기면 빈볼이 날아오는 불문율에는 어떤 게 있을까. 홈런을 친 타자가 지나친 세리머니로 투수를 자극했다면 다음 타석 때 빈볼을 부를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SK 이만수 코치. 이 코치는 삼성에서 뛰던 현역 시절 홈런만 치면 두 팔을 치켜들고 껑충껑충 뛰면서 그라운드를 돌아 여러 차례 빈볼의 희생양이 됐다. 이 코치는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헐크 세리머니로 빈볼 많이 맞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주자가 마운드를 밟고 지나가는 것도 투수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위다. 10일 메이저리그 역사상 19번째 퍼펙트를 달성한 오클랜드의 댈러스 브레이든은 지난달 23일 양키스와의 경기 때 1루 주자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타자의 파울 타구 때 1루로 돌아가면서 마운드를 밟고 지나가자 “투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말라”며 빈볼 대신 말로 쏘아붙였다.
2루에 나가 있는 주자가 상대 포수의 사인을 훔쳐봤다거나 퍼펙트 및 노히트노런 등 대기록 달성에 도전하는 투수를 상대로 번트 안타를 시도하는 타자도 빈볼을 맞기 십상이다. 특히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미국의 내셔널리그나 일본의 센트럴리그에서 상대 투수를 맞혔다면 보복을 감수해야 한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빈볼을 던졌다 퇴장당한 경우는 28일까지 36차례 있었다. 2002년까지 한화에서 뛰다 은퇴한 김병준과 김원형(SK) 송신영(넥센)이 2차례씩 기록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큰 점수 차로 앞선 팀이 도루나 보내기 번트를 했을 때
● 2루 주자가 상대 포수의 사인을 훔쳐봤을 때
● 홈런을 친 타자가 과도한 세리머니로 상대를 자극했을 때
● 타석에 선 상대 팀 투수를 맞혔을 때(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미국 내셔널리그와 일본 센트럴리그의 경우)
● 퍼펙트, 노히트노런 등 대기록 달성에 도전하는 투수를 상대로 번트 안타를 시도했을 때
● 연속타자 홈런을 허용한 직후의 상대 투수 초구에 방망이를 휘둘렀을 때